의사 국시 실기 22일~26일 접수…시험 9~11월 시행
의대생 "의사돼도 수련 어려워…政, 원인 해결부터"
의대 교수들, 추가 국시 전 "교육 정상화 나서야"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가 시작됐지만 의대 졸업 예정자 대부분이 여전히 '의사 국시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의대교육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출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가 시작됐지만 의대 졸업 예정자 대부분이 여전히 '의사 국시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의대교육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출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에 이어 의사 국가시험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 절차가 시작돼 의학 교육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대생들은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국시를 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수들도 의대생 결정을 돌릴 방법이 없는데다 추가 국시를 치르더라도 의대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를 진행한다. 실기는 9월 2일부터 11월 4일까지 석 달에 걸쳐 치러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의대 졸업 예정자 대부분이 사실상 의사 국시 거부를 선언하면서 실기 응시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생 3,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903명의 95.52%인 2,773명이 의사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국시 대상자는 6개월 내 의대를 졸업할 것으로 예정된 사람으로 규정된다. 이에 의대는 의대생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 국시원에 졸업 예정자 명단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응시자들이 졸업 예정자임을 증명해 왔다.

의대생들이 의대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졸업 예정자 명단을 넘길 수 없게 되면서 응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등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국시를 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련병원에 상급년차 전공의들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련이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경남권 의대에서 휴학한 의학과(본과) 4학년생 A씨는 22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학 수련에서는 상급자가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이 주요 방법 중 하나"라며 "설령 국시를 보고 면허를 취득한다더라도 수련병원에서 우리를 가르칠 상급년차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단순히 상급자와 하급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뒤섞이면서 수련 시스템이 기형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수련병원도 배출된 의사 전부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미용시장으로 인력 유출만 늘게 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은 당장 국시를 보지 못하거나 실습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인턴 수련을 못 받는 것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지, 잘못된 원인으로 벌어진 결과를 감추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은 현 상황에 “답답하다”면서도 학생들의 선택인 만큼 국시 파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국립의대 B교수는 “현재 4학년생 중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학장이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워낙 (국시 거부 입장이) 확고한 만큼 소용없다”면서 “답답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소재 의대 C교수도 “걱정되지만 학생들이 성인인 만큼 잘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학교에 남아 있는 의대생들의 경우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시 준비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의대 D교수는 “현재 학교에 남아 있는 4학년생이 총 8명인데, 현 상황에서 제대로 실기를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실기를 치르기 전 여러 의대 참여한 컨소시엄에서 진료수행시험(CPX) 모의시험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한 번도 못 했다”고 했다.

D교수는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사설 CPX 학원도 있는 만큼 어떻게든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남아있는 4학년생 대부분은 여러 번 유급해 더 이상 학교를 쉴 수 없는 학생들이다. 같이 공부할 동료 그룹도 없는 데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시험을 준비하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로 추가 의사 국시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만약 의대생이 복귀하더라도 본과 4학년생이 유급되는 등 올해 졸업하지 못하면 국시에 응시할 자격을 얻지 못하는 만큼 꼬인 학사운영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D교수는 “학생들이 복귀하면 정부 입장에선 추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 복귀할지도 모를뿐더러 복귀하더라도 4학년 과정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는데 어떻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4학년생은 커리큘럼이 많지 않은 만큼 어떻게든 수업 일수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졸업할 수 있는 기준을 못 채웠는데 졸업을 시킨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대생 A씨도 지난 6~7개월 동안 의대 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상황에서 추가 시험 기회를 얻게 되더라도 제대로 시험을 준비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임상술기(OSCE)와 CPX 실습을 전혀 하지 못한 상황에 과연 실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되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임상 실습과 술기 공부를 병행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기 어려워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시원은 접수기간 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 국시원에 졸업 예정자로 등록될 경우 실기 시험에 접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접수 인원과 상관없이 실기 준비에 만반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국시원 관계자는 “개인 정보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의대 졸업 예정자를 제외하고 의대 졸업생은 실기에 응시할 수 있다"며 "다만 접수 기간 내에 의대를 통해 국시원에 졸업 예정자로 등록하면 실기에 응시할 수 있다. 의대에서 이런 내용을 공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응시자 수에 따라 전체 시험 기간이나 일정 등이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접수가 완료되면 응시 인원에 상관없이 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