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 강조하지만 엇박자 계속
"의도 안 해도 자꾸 부딪치는 구도"

단일대오를 강조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엇갈리고 있다(ⓒ청년의사).
단일대오를 강조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엇갈리고 있다(ⓒ청년의사).

의료계 단일대오를 강조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는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가는 길이 다른 상황이다.

8일 임현택 당선인은 한 차례 철회한 비상대책위원장 겸직 의사를 다시 밝혔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본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을 여러 차례" 했고 "극심한 내외 혼선"을 빚었다는 이유다.

임 당선인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비대위가 '배치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비대위 운영에서 "임 당선인이 원하는 길"이 있다고 했다.

의대 정원 문제에서 드러난 시각차…'1년 유예' 두고도 입장 달라

차기 회장과 비대위는 의대 정원 문제로 여러 번 시각차를 드러냈다. 임 당선인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후에 정부와 대화한다고 강조해 왔다. 비대위는 "이런 전제조건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회원이 처벌 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임 당선인과 달리 비대위는 총파업 시점은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도 증원은 중단하고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1년 유예안'도 마찬가지다. 1년 유예는 비대위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 제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2,000명 증원을 "1년 미루고 (의대 정원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서 낸 결론을 따르자"고 했다.

김 위원장은 8일 정부의 "내부 검토" 발언 직후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1년을 유예하고 (정부와) 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정원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우리가 말하는 원점 재논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제안으로 '1년 유예안'이 부상했으나 임현택 당선인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청년의사).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제안으로 '1년 유예안'이 부상했으나 임현택 당선인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청년의사).

반면 임 당선인은 1년 유예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와 거리가 멀다고 본다. 임 당선인은 이날 연합뉴스에 비대위가 본인 의사에 반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면서 1년 유예를 그 중 하나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의협 관계자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임 당선인은 1년 유예가 그간 의료계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며 들인 노력을 해친다고 여긴다. 전공의와 의대생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처음 (김 위원장이) 1년 유예를 언급했을 때부터 반대했다. 김 위원장 발언 때문에 자칫 (2,000명보다) 큰 증원 규모를 의협이 받아들여야 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A씨는 "임 당선인 취임까지 3주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이 정부와 의협 사이에 본인 뜻과 어긋난 말이 오가고 약속이 만들어지면 새 회장으로서는 (정부와 논의한 사항을) 번복하기도 어렵고 부담이 크다. 이런 위험을 고려하면 다시 비대위원장직을 요구해 겪을 마찰은 감수해야 한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전공의 만남에도 온도차…"의도 안 해도 부딪치는 구도"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만남에도 비대위와 임 당선인은 온도차를 보였다(ⓒ청년의사).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만남에도 비대위와 임 당선인은 온도차를 보였다(ⓒ청년의사).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대화도 임 당선인과 비대위가 엇갈린 지점이다.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공의와 대화하라고 요청했다. 실제 대화 성사 후에는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했다.

임 당선인은 다르다. 대화 당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고 했다. "'설마' 이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느냐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후 본인 SNS에 '내부의 적'이 '더 힘들게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의협 관계자 B씨는 "비대위는 대전협 측에 (만남을) 더 조율해 가자는 정도였지만 임 당선인은 당일까지 (만남 자체를) 크게 반대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임 당선인이) 가지 말라고 한 지 몇 시간 만에 대통령과 만났다. 이때 당선인 본인은 아무리 말해도 안 통한다고 느낀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당선인과 비대위가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입장을 내면 상대편에서 부정하는 표현이 나온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꾸 부딪치는 구도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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