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醫 대의원회, 직선제 전환 여론 수렴
"구의사회 건의, 정총서 매번 무산" 비판
결선투표제·후보자 검증 등 "보완책 필요"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회장 선거 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청년의사).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회장 선거 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청년의사).

회장 직선제 전환을 둘러싼 서울시의사회 내부 논의가 뜨겁다. "이제는 회원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요구와 "직선제가 최선은 아니다"라는 우려가 맞선다. 수십 년간 이어진 논쟁에 대의원 역할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회장 선거 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전체 16개 시도의사회 중 현재 회장 간선제를 유지하는 의사회는 총 네 곳이다. 서울시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경상북도의사회·충청북도의사회가 대의원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간선제였던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3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 회칙 개정안이 통과됐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같은 달 정총에 회칙 개정 안건이 올라왔으나 참석 대의원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 상정 없이 폐기됐다.

이 때문에 이날 공청회 현장에서는 구의사회를 중심으로 대의원 역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힌 강서구의사회 대의원은 "구의사회 회원 과반수가 직선제 전환을 요청해도 (같은 구) 대의원이 (정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그 뜻이 무의미해진다. 대의원이 정말 회원을 대표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면서 전 회원 대상 여론 조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회장 선출 방식을 논할 때 '회원은 돈벌이(의원 경영)' 외 회무에 무관심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같은 논지에서 직선제 회칙 개정안이 정족수 미달로 상정조차 안 되는 것을 두고 '대의원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랑구의사회 오동호 회장은 "각구의사회가 회원 의견을 모아 직선제 전환을 건의해도 정총에서 정족수 미달 등 이유로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직선제로 바로 전환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대회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회원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구의사회장들도 서울시의사회 역량 강화 차원에서 회장 직선제 논의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노원구의사회 조현호 회장은 "'태평성대'라면 간선제도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급변하는 시대상에 의사회가 빠르게 발맞춰 나가려면 회원이 결집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직선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봉구의사회 김해은 회장 역시 "도봉구의사회는 10년 넘게 꾸준히 회장 직선제 도입을 건의해왔다. 간선제는 의사 회원의 집단지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방식이다. 소수 대의원이 아니라 다수 회원이 투표했을 때 더 좋은 리더를 선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직선제 '만능' 아냐…역량 검증 거버넌스 필요"

이런 요구에도 직선제가 자칫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후보자 역량 검증보다 선심성 공약에 치우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투표율에 따라 대표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직선제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회원 직선제로 선출한 대한의사협회장들이 매 임기마다 회무 실패와 신뢰 저하로 '불신임(탄핵)' 위기에 직면한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임현택 전 회장의 경우 지난해 의정 갈등 국면에서 강경파 노선으로 지지받아 당선했으나 6개월 만에 탄핵됐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텍스트 전성훈 변호사는 직선제와 결선투표제를 함께 도입해 제도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보자 자격 요건 강화나 대의원회 '예비 선거'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직선제가 '만병통치제'는 아니다. 젊은 세대를 비롯해 낮은 회무 관심도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잠재력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육성하고 선출하는 거버넌스를 회원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각자도생'을 말하는 젊은 세대도 자연스럽게 회무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직선제 전환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와 후속 토론회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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