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개편 요구…"수용안 제시 안하면 파업 돌입"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24일 전면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사진제공: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24일 전면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사진제공: 의료연대본부).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해온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장기 근속자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현 임금체계는 숙련 간호사들의 이탈을 초래한다며 합리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1차 경고 파업 이후로도 서울대병원 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핵심 쟁점으로 서울대병원 노조는 “비상식적인 임금체계 개선”을 지적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임금체계를 비판하며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시기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에 따라 성과 연봉 도입을 위한 목적으로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이뤄졌다. ‘9직급-72호봉급’ 체계를 일방적으로 개악했다”고 주장했다.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효과는 줄었지만, 기존 5직급에서 9직급 체계로 확대되면서 이전보다 승진 기회가 많아졌다는 게 서울대병원 측의 설명이지만, 노조는 “20대에 입사해도 약 100세까지 일해야 최고 호봉에 도달할 수 있는 비상식적인 임금체계”라고 반박했다. “근속과 숙련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 임금체계는 장기 근속자의 직무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숙련 간호사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발표한 국립대병원 최근5년간 간호사 근무기간별 퇴직자 현황(자료제공: 서울대병원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가 발표한 국립대병원 최근5년간 간호사 근무기간별 퇴직자 현황(자료제공: 서울대병원 노조).

실제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발표한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16대 국립대병원 간호사 근무기간별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근무 기간 5년 이상 퇴직자가 전체 퇴직자 1,255명 중 28.6%인 359명으로 16개 병원 중 가장 높았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인한 근속 1년당 임금 인상 폭 축소 문제도 지적했다.

국립대병원 대부분은 호봉 간 차액이 10만원에 가깝지만, 서울대병원 호봉 차액은 1만~2만원에 불과해 근속 10년 이상 또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임금도 다른 병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발표한 일반직 연차별 국립대병원 임금수준 비교(자료제공: 서울대병원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가 발표한 일반직 연차별 국립대병원 임금수준 비교(자료제공: 서울대병원 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강원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서울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 20년 차 일반직 연봉은 6,392만6,610원으로 가장 낮다. 운영기능직 역시 근속 10년 차 이후부터 임금 순위가 최하위로 떨어지고, 20년 차에는 최대 2,517만8,200원까지 차이가 난다.

서울대병원 측은 조기승진으로 인한 임금 인상 효과를 강조하지만, 노조는 “조기승진은 일부 선택받은 직원들에게만 해당된다”며 “인사평가와 승진결과에 대한 불공정 쟁점이 발생해 오히려 동료 간 협업을 약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병원은 다양한 직종과 부서 간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임금격차 확대로 인해 조직문화가 나빠지고 공동체가 약화되는 것은 결국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임금체계개선을 요구하며 “전체 국립대병원 임금 수준과 형평성을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 근속에 따른 숙련과 기여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비현실적인 호봉 체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파업 전까지는 서울대병원 측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대병원 측이 불성실한 태도로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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