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
"간호조무사 역량 강화·처우 개선, 의료계 참여 必"
"질 좋은 서비스 걸맞게 지불해야…사회적 합의를"
초고령 사회를 맞아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동네'도 병원 밖, 환자의 집 안까지 넓어지고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둔 현장 발걸음도 분주하다. 재택의료와 돌봄에 대한 개원가 관심 역시 그 어느때보다 높다.
문제는 법제도 만듦새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 인력의 80% 이상이 간호조무사다. '동네 의원' 절대 다수가 1인 의원인 상황에서 이들 간호조무사는 재택의료와 돌봄에서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방문진료 수가 체계 등 각종 인력 기준에서는 제외돼 있다.
지난 5일 언론과 만난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통합돌봄은 물론 관련 법제도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간호인력으로서 한 묶음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시행한 간호법이 "간호사법이 아닌 간호인력법"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간호인력 간 업무를 재설계하고 "일차의료 역량 강화 차원에서 간호조무사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사 역할은 더 전문화·고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업무와 역할을 그대로 쥐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의사 업무 일부는 간호사로, 간호사가 하는 업무 일부는 간호조무사가 맡아, 전문화·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 양성과 교육이 더 체계화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간호조무사 양성은 1년 학원 과정이 주류다. 표준화된 교재나 교육 기준도 없다. 이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일차의료 현장에서 간호사 역할을 대체할 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양성 과정을 체계화·표준화하고, 기존에 배출된 인력에게는 실습 중심 직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해 2년 양성 과정을 신설하고, 간호조무사를 1급·2급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모든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다"면서도 "간호조무사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췄다면 지역사회 다양한 돌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력 구성에 반드시 명기하는 등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간호인력 전문성 강화와 돌봄 시대에 걸맞은 효율적 인력 구조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복지부와 국회 지원 속에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협력 TF 구성도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간무협 차원에서 교육 체계와 경력 개발, 역할 규정을 비롯해 인식 개선까지 중장기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계 역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간호법 시행 과정에서 논의되는 진료지원인력(PA) 교육이 의료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간호조무사 교육 표준화·체계화에서 의료계 참여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숙련된 인력이 지역사회 현장에 남지 않으면, 재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을 때 "의료기관 부담만 늘어나고 효율과 질 하락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직역 경계를 넘어 일차의료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간호조무사 직무 향상과 처우 개선에 대한 의료기관 보상을 강화하고 지원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개별 의료기관 자율에만 맡기면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질 좋은 의료·돌봄 서비스를 누리려면 이제 그에 걸맞게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보건의료 분야의 새로운 아젠다로 잡고 공론화 절차를 밟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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