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취약지 지원 정책 효과 분석 결과 ‘JKMS’ 게재
정부 재정 지원 후 산부인과 의사 근무 형태만 변화
분만취약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산부인과 전문의 충원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만취약지 대상 수가 가산 등은 비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수준에 그쳐 인력 확보를 위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지메이슨대(George Mason University) 보건행정학과 고한수 교수와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 등은 분만취약지 지원 정책과 산부인과 전문의 수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인력 통계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전문의 인력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간 정부는 분만취약지 대상 시설·장비 지원과 분만 수가 인상 등 재정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분만취약지를 지정해 지원해 왔으며, 2016년에는 취약지 분만 수가를 200% 인상했다. 고위험 분만 수가는 30%, 심야 분만은 100% 가산됐다.
연구결과, 2011년 기준 분만취약지는 비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 위주로 운영됐다.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는 0.295명인 반면 비정규직은 5.764명이었다. 또한 분만취약지로 지정된 곳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환경적으로 더 취약”했다.
정부가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을 통해 시설·장비 등을 지원하자 해당 지역 산부인과 전문의가 늘었다. 분만취약지로 지정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평균 1.4명 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수가 인상이 결합되자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전문의 고용 형태가 바뀌었다. 분만 수가가 인정된 지난 2016년 이후 분만취약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0.08명 증가했다. 이는 전체 평균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반면 비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3.5명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전체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평균 0.56명 감소했다.
분만 수가 인상이 분만취약지에서 비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분만취약지에서 정규직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분만 수가 인상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신규 전문의 유입이 아닌 기존 전문의의 근무 형태 변화”여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수가 인상만으로는 분만취약지가 적정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감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향후 분만취약지에서 전문의를 유지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분만 수가 인상이나 보조금 같은 시장 중심 전략이 전혀 의미 없지는 않지만 이런 조치에만 의존해서는 분만취약지에서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비재정적 지원까지 포괄하는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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