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비대위원 “의사 현실 왜곡하는 업무개시명령 폐지해야”
김택우 회장 "업무개시명령 때리기 급한 政…복지부 권한 크다”
의료계는 정부의 강압적인 업무개시명령이 명령에 넘어 협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공정성이 결여돼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무개시명령이 포함된 의료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유영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의료정책포럼에서 “업무개시명령은 단순한 행정 명령이 아니다.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고 의사들의 현실을 왜곡하며 국가 강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으로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은 업무개시명령이 ▲의료법보다 상위법인 헌법과 정면충돌 ▲절차적 공정성과 견제가 결여 ▲비례성과 최소 침해 원칙 등을 어겨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헌법 제12조 1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경우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 고지나 의견 청취 없이 개별적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사례를 제시하며 “휴가 중인 전문의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고, 스케줄 근무를 해서 오프날인 응급의학과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왔다”며 “사직서를 제출해 퇴사 의사를 밝혔음에도 출근하라고 일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제15조에서는 단순한 직업 선택뿐만 아니라 직업 수행할 자율성까지 보장한다”며 “의사들은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지닌 직업적 주체인데, 국가가 일하라고 하면 일해야 하는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다”고 했다.
업무행정명령이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했다.
김 위원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미복귀 전공의를 고발하고 체포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면허 정지 처분을 받으면 전문의 취득 시기가 늦어지며, 행정 처분 이력과 사유가 기록돼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강조했다”며 “이런 발언은 명령을 넘어 협박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은 의사들을 단순한 공급 장치이자 강제로 통제할 대상으로 여기게 한다”며 “일반적이고 강압적인 제도는 의사들의 윤리적 주체성, 전문가로서의 사명감, 국가와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다”고 했다.
이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한다”며 “업무개시명령 폐지는 단지 의사 권리 보호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건강한 의료 시스템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했다.
업무개시명령, 政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 과정 보여줘
의정 갈등 상황에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 조치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우리나라는 부당한 명령 뿐 아니라 공권력이 너무 앞선 나라”라며 “결국 최선의 조치는 소통이나 협력, 의견 청취 보다는 일단 (업무개시명령을) 때리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보건복지부가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또는 정책 파트너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 일방통행식”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복지부가 권한을 많이 갖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가 반발할 줄 알면서도 강행하고 결국 반발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순순히 (의료계가) 따르지 않으면 강압적으로 계속해서 명령을 남발한다”며 “그럼에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쉽게 면허정지를 내린다”고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의료정책 전문가를 존중할 수 있는 ‘지도자’ 선택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의협과 의료인들이 전문가 단체로서 지도자를 잘 뽑아야겠다”며 “혈연, 지연에 묶이지 말고 의료 정책 전문가를 존중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지도자 선택을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래야만 이익단체로서 의협이 갖고 갈 수 있는 커다란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든, 정치권이든 전문가단체를 함부로 무시해 일방통행식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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