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 2차 지정, 병원들 과다 경쟁 부추기는 요인될 수도"
"미지정 2차 병원들 역할 등 모호…포괄성 타당성 여부도 따져야"
정부가 지역 완결적 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 2차 병원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도입을 발표하자, 병원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정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병원들 사이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 규모만 바뀔 뿐 ‘상급종합병원 줄 세우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괄 2차 종합병원에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병원들의 역할과 육성 방안도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9일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시작으로 2차 병원도 기능별로 역량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방안이 담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에 3년간 2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월 말 의료계 대상 설명회 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하겠다는 목표다.
정부의 2차 병원 집중 육성책에 대해 병원계는 일단 큰 틀에선 “옳은 방향”이라는 반응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추진에 따라 2차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필수라는 것. 그러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정 요건으로 제시한 포괄성 영역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이사장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황에서 “정부에서는 포괄이라는 역할을 부여했는데 뜻대로 돌아갈지는 모르겠다”며 “포괄이라는 것도 애매하다. 진료가능한 수술이나 시술 종류를 350개 이상 갖춰야 하는데 지역마다 그런 규모의 의료기관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이사장 B씨도 “큰 틀에서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인다. 중증 응급환자를 보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포괄성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350개 이상 질환군을 봐야 포괄성이 있다고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그 기준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역량과 포괄성을 갖추고 필수기능을 수행하는 종합병원 중 포괄 2차 종합병원에 지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해당 요건에 맞춰 병원 규모를 키우려는 병원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결국 상급종합병원 줄세우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포괄 2차 병원에서 지정받지 못한 병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대학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하면서 질이 상향됐던 적도 있다. 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만 상급종합병원에 들기 위해 정말 투자를 많이 한다. 이대로 흘러가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처럼 (경쟁 구도로) 빠질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예컨대 포괄 2차 병원으로 160여곳을 뽑는다면, 160위와 161위 사이 현격히 벌어지는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160위는 포괄 2차 병원 안에 들어가 지원을 받는 동안 161위는 어떤 길을 가야 되는 건가. 이게 좀 애매한 것 같다. 그(포괄 2차 병원) 선정 방식이 공정한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B씨는 “(포괄 2차 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2차 병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가 남은 문제다. 이는 의료개혁 3차 방안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불명확한 ‘지역’에 대한 정의도 문제로 꼽혔다. 성애병원 장석원 의료원장은 지난 21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서울시병원회 제47차 정기총회에서 지역 2차 병원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정부를 향해 “지역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질의하기도다.
이에 보건복지부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하나의 개념이나 하나의 행정 구역 같은 형태로 (지역을) 바라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지난해부터 ‘헬스맵’이라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지리 정보 시스템이 발달한다면 정책적 지원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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