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딴 '러브콜'에 침묵 지킨 의협, 싸늘한 젊은 의사들
"바뀌는 것 없다…의협·대전협이 방향성 보여주길"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언급하며 대화하자는 정부에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언급하며 대화하자는 정부에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마무리되는 판국에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을 협상 카드로 꺼냈다. "미안하다", "협의하겠다"며 대화하자는 정부에 의료계는 냉소로 답했다.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곧이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이 나서 2026학년도 정원 논의는 2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며 "유연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공의 수련·입영 특례를 언급하며 여의정협의체를 재개하자고 했다.

정부 발표 후 이날 저녁까지 대한의사협회는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켰다. 대화 선상에 올릴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라권 수련병원 응급의학과를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당정 언사를 "양두구육"이라고 평가했다. 경상권 수련병원 재활의학과 사직 전공의 B씨도 "큰 의미 없다"면서 "정부가 급하니 상황을 모면하려고 큰 고민 없이 낸 입장"이라고 했다.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내버려두고 2026학년도를 논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충청권 수련병원을 사직한 인턴 C씨는 "지금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협의는 사실 '안 하겠다'는 말이다. 안 속는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 사과도 진정성 없다고 했다. C씨는 "사과해야 할 당사자가 침묵 중"이라고도 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을 이른 말이다. B씨 역시 정부 사과에 더해 "조 장관과 박 차관을 파면하고 책임자 문책부터 하라"고 했다.

의대생들도 강경하다.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충청권 의대를 휴학 중인 D씨나 서울 소재 의대를 휴학한 E씨 모두 "의대생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2025학년도 증원 해결을 요구하며 2년 연속 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E씨는 "돌아가도 정부가 말을 지키리란 보장이 없다"고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공의들 "새 의협과 대전협 공조해 방향 보여주길"

여당이 정부에 요청한 전공의 수련·입영 특례에는 온도 차를 보였다. 대다수가 이 시점에서 특례는 무의미하다고 했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전공의도 있었다.

전공의 A씨는 "수련 특례도 돌아갈 전공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매몰 비용이 크고 (수련병원 사직 후 상황에) 적응했다"고 했다. 전공의 B씨도 "당정 제안은 전공의 고민과 어긋나고 수많은 사탕발림과 똑같다"고 했다. 인턴 C씨는 "사직한 이들이 입대 문제 하나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특별히 동요하는 분위기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새로 출범한 의협 집행부와 대전협 입장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동시에 협회의 '리더십'과 투쟁 '로드맵'도 요구했다. C씨는 의협 차원에서 입대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아젠다를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복귀하고 싶다"고 밝힌 서울권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F씨도 결정은 "의협과 대전협이 제시하는 로드맵을 보고 내리겠다"고 했다. F씨는 "2020년 의료계 투쟁도 (복귀에) 강경했던 사람은 피해를 봤다. 이번 정부 제안이 마지막 기회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의협과 대전협의 행보를 보고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듯하다"고 했다.

한편,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을 작심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본인 SNS에서 전공의 복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내란 수괴마저 비호하는 무능한 여당"이라고 했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에 등장한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한 입장부터 내놓으라 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 해결에 "여당이 발 벗고 나선다니 웃기지 말라"며 "현 의료 사태에 대해 유일하게 목소리 낸 여당 인사는 안철수 의원뿐"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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