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NOTE-522 연구 최종 생존율 발표에 현장은 '박수갈채' 
기존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키트루다' 추가로 사망위험 34% ↓
박연희 교수, "나올 데이터는 다 나왔다...정부, 급여 논의해야"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대표적인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그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기존 선행화학요법과 수술후 보조요법에 키트루다를 추가해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킨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 프레지덴셜 심포지움 세션에서 키트루다 3상 임상인 KEYNOTE-522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율(OS) 데이터가 발표됐다.

지난 15일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 프레지덴셜 심포지움 세션에서 키트루다 3상 임상인 KEYNOTE-522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율(OS) 데이터가 발표됐다.
지난 15일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 프레지덴셜 심포지움 세션에서 키트루다 3상 임상인 KEYNOTE-522 연구의 최종 전체생존율(OS) 데이터가 발표됐다.

KEYNOTE-522 연구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키트루다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한 이후, 수술 후 단독요법으로 사용한 효과를 평가했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주요 2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율 최종 데이터로,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75.1개월 동안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전체생존율을 높이고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키며 임상 현장을 바꿀 새로운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5년 전체생존율은 키트루다 투여군에서 86.6%, 위약군에서 81.7%였으며, 두 그룹 모두 중앙값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또한 탐색적 하위 분석 결과, PD-L1 발현, 종양 크기, 림프절 상태 등 사전 정의된 하위군 전반에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이점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키트루다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에 보고된 연구들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보고는 관찰되지 않았다.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전체생존율을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한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YNOTE-522 연구 디자인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수술 전후 모두에 카트루다를 사용함으로써 각각의 치료법이 전체생존율 개선에 기여한 정도를 알 수 없게 만든 것.

다만, 이날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달성 여부에 따른 전체생존율 결과도 함께 공개됐는데, pCR을 달성한 환자보다는 pC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에서 키트루다 추가 혜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ESMO 2024
*출처: ESMO 2024

pCR을 달성한 키트루다 투여군의 5년 전체생존율은 95.1%로 pCR을 달성한 위약군의 94.4%에 비해 0.7%만 높았던 반면, pCR을 달성하지 못한 키트루다 투여군의 5년 전체생존율은 71.8%로 pCR을 달성하지 못한 위약군의 65.7%에 비해 6.1% 높게 나타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현장에서 만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pCR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재발되면 생존기간이 2년 미만에 불과하다"며 "과거에는 pCR 달성률을 높이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면, KEYNOTE-522 연구 이후로는 환자의 pCR 달성 여부에 따라 그 다음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내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키트루다의 급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의 여성"이라며 "재발 후 투병 기간 동안 소비되는 의료 비용과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키트루다를 통해 완치율을 높이는 것이 훨씬 비용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OS 결과를 끝으로 KEYNOTE-522 연구에서 나올 수 있는 데이터는 모두 나왔다"라며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 전체생존 개선 근거 등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데이터가 제시된 만큼,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대한 급여 논의를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교수는 국내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수와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영향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선행화학요법과의 병용만이라도 급여해 줄 것을 주장했다.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과 병용으로 키트루다를 8사이클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박 교수는 "정부가 항암제의 경제성 평가를 시행할 때 약제 자체가 가진 생존기간 혜택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래의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이나 의료 비용 절감 등도 함께 고려해 할 것"이라며 "또한 항암제 개발이 혁신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경제성 평가의 비교군을 터무니없이 값싼 약제들로 고집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의 후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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