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4] ’특별세션‘ 더 크로스 김혁건 강연
오토바이사고로 전신마비 장애환자가 됐지만 강한 의지로 다시 가수의 길로 돌아온 ’더 크로스‘ 김혁건 씨가 HiPex 2024를 찾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더 크로스로 활동 중인 가수 김혁건 씨는 지난 2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청년의사 주최로 열린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역경을 딛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더 크로스의 ‘Don’t Cry‘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로 발매 후 젊은 세대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았고, 지금도 세대를 아우르며 불려지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32살이던 지난 2012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경추 5번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했고, 가수활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어려운 장애환자로 2년이 넘는 긴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몸도 힘들었지만, 같은 또래 간호사들이 대소변을 처리해주는 것이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창피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아가 무너졌다”며 “욕창 때문에 감염돼 투석도 하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생활 중 발성연습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서 노래를 다시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노래는 고사하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아버지가 배를 눌러주셨는데, 강한 소리가 나는 것을 알게 됐고 횡격막을 움직이는 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다시 노래를 부르겠다고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이후 배를 눌러주는 장치 개발을 위해 서울대로봇융합연구소까지 찾은 김씨와 그의 아버지는 결국 박자에 맞춰 배를 눌러주는 장치를 개발해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고음은 어려웠지만 김씨가 다시 노래하면서 개인의 행복은 물론 가족도 활력을 되찾았다.
김씨는 “제 노래를 듣고 저랑 같이 생활했던 환자들이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굉장히 감사하다”며 “그분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고, 제 강연을 들은 분들도 환자들에게 제 이야기를 전하며 용기를 가지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는 김씨가 2년이 넘는 투병생활 동안 만난 의사들 중 가장 다시보고 싶은 의사로 꼽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이범석 교수도 참석해 국립재활원 입원 당시 김씨의 투병생활을 이야기 했다.
김씨는 이범석 교수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 이유에 대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것이 느껴졌다. 상담을 할 때도 ‘너무 사생활까지 챙겨주시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신 의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교수는 “경추 5번이 손상된 환자가 이렇게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장치를 쓴다고 다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활전문가가 봐도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김씨의 재활의지와 활동은 보통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척수환자는 누구나 마음 속에 활화산을 품고 있다. 이게 터지면 주변이 화산재로 덮힌다. 이들을 잘 다독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래도 척수환자 진료가 좋은 이유는 이들이 생각을 한번 바로잡으면 어떤 장애환자 치료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를 극복한 김혁건 씨는 여러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곡 발매와 유튜브 활동 등 가수로서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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