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현금 배당을 늘리고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데 이어, 자사주 취득에 나서며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중점을 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면 정부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등 세제 지원, 평가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19일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다 많은 기업이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서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3월 주주총회에 앞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속속 현금 배당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종근당, 동아제약 등이 지난해 대비 1주당 배당금을 10% 이상 늘렸다.

또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배당 절차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정관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휴마시스는 18일 공시를 통해,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총 1,753만주, 약 3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휴마시스의 자기주식 취득은 코스닥 시장 장내 매수로 진행되며, 취득 예정 기간은 3월 19일부터 6월 18일까지 3개월간이다.

같은 날인 18일, 혁신신약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창업자인 장명호 CSO가 자사주 3만1,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1만2,921원으로, 4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장명호 CSO의 지분율은 기존 6.79%에서 6.86%로 늘어났다.

앞서 셀트리온 역시 지난 5일 총 42만5895주, 7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셀트리온의 자사주 취득은 2024년 3월 6일부터 6월 5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진행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으며, 통합 셀트리온 출범 이후 올해 1월에는 약 총 230만9,813주, 약 4,955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이외에도 지난 1월 30일 경동제약이 20만주, 12억 4,000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으며, 이에 앞선 같은달 23일에는 종근당이 KB증권과 1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기주식 취득을 통해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잇따른 해외 주요국 허가 신청과 신약 출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구체화됨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는 미국 내 신약인 짐펜트라의 시장 진출과 본격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 퀸텀 점프를 이룰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성장에 앞서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휴마시스 남궁견 회장은 자사주 매입의 이유를 “어려운 경영 환경이지만 기업가치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회사의 의지와 책임 경영의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사주 개선 제도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기조가 결국 기업들의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