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전공의들 '혼란'…"투쟁이라 믿지만 공백 생긴 건 사실"
'개별 행동' 독려하고 대전협 비대위 투쟁 이어질 거란 전망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까지 수련병원 사직 의사를 밝혔다. 혼란 속에서도 박 회장의 사직이 전공의 행동 '기폭제'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은 15일 오전 개인 SNS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인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해 왔다. 사유는 근무하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두려움, 열악한 처우다(관련 기사: 대전협 박단 회장 사직 예고…사유는 "우울하고 불행해서"[전문]).
전공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박 회장도 투쟁을 개시했다는 해석과 비판이 엇갈렸다. 개인 사유를 들어 2월 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말 사직한다는 계획은 12일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제안된 '개별 행동' 투쟁 방안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임총에서 박 회장 본인도 사직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북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박 회장이 단체행동을 우회하는 개별 행동을 개시했다고 본다. 표면만 보고 섣불리 비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B씨도 "우선은 투쟁안을 따랐다고 믿으려고 한다. 입장문 내용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공의 사회에 너무 큰 공백을 안겼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투쟁 일환의 개별 행동이라 해도 전공의들에게 공유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남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C씨는 "일선 전공의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적다. '이렇게 한다더라' '아니라더라'하다가 갑자기 회장이 사직하고 한 달 뒤 대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C씨는 "개개인이 단독으로 움직이되 그 규모가 커야 단체행동 아닌 개별 행동을 통한 투쟁이 의미 있지 않나. 대전협이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좀 더 전공의 개인을 돕는 절차를 밟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D씨는 "정부 압박과 감시가 심한 상황에서 정보 공유나 의견 교류가 제한됐으니 박 회장이 먼저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예시'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본인도 사직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동료들 모습을 보면 서로 독려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박 회장 사직이 전공의 행동을 독려하고 대전협 비대위 중심 투쟁으로 이어질 거란 의견도 있다. 대전협은 지난 13일 임총 의결을 거쳐 박 회장 외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경남 지역 또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 대의원 E씨는 "추천을 통해 비대위 조직이 진행 중이고 인원도 모이고 있다고 안다. 박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지는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비대위원장직은 공석"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박 회장의 사직이 전공의 투쟁 강화로 이어질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상황을 상기하며 "투쟁 동력이 커지는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대변인을 지냈다.
주 위원장은 "당시에도 3기 대전협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대전협 차원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구성되면서 전공의 조직력이 강화됐다"고 했다.
그는 "외부에서 보면 전공의와 의협이 소통은 안 되고 이합집산한다고 비칠 것"이라면서도 "결국 이 또한 의료계가 하나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3월 (박 회장 사직과 사퇴) 전에 대전협 차원의 새 비대위 체제가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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