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긴급 상임이사회 개최 후 입장 발표
의사 82% “의대 증원 반대”…“의사 충분”
의사회들 “의대 증원용 의료 말살 패키지”
정부가 조만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6일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을 개최하자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말이 나왔다. 증원 규모는 1,000명 이상이 유력하게 거론되면 설 연휴 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 나왔다.
의료계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2일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5일 오후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한다. 의협은 오는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의협은 이미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참여 여부 조사를 마친 상태다. 55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4,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전공의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현 상황에서는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의료 왜곡만 심해질 뿐이라는 입장이다. 의사들 대부분도 같은 생각이다.
의사 82% "의대 정원 확대 반대"…한의대 정원 의대 전환, 77% 반대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5일 공개한 ‘의대 정원 및 관련 현안에 대한 의사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010명 중 81.7%인 3,277명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49.9%)이 가장 많았다. 향후 인구감소로 인해 의사 수요도 감소할 것(16.3%)이라는 의견과 의료비용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도 있었다. 과다한 경쟁이 우려돼 반대한다는 의견은 4.4%였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 733명(18.3%)은 그 이유로 필수의료 분야 공백 해소(49.0%)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24.4%)를 꼽았다.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7.9%였다.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76.5%인 2,508명이 반대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 확대에는 반대(48.5%)보다 찬성(51.5%) 의견이 더 많았으며 지역의사제 도입에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2.2%로 긍정적(35.6%)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의사들은 낮은 수가(45.4%, 1,826명),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36.0%, 1,445명), 과도한 업무부담(7.9%, 317명)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한다고 답했다. 또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36.2%), 응급환자 분류 및 후송체계 강화(27.5%), 의료전달체계 확립(22.6%)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도 소청과 운영 지원(47.2%), 소비자 의료 이용 행태 개선 캠페인(14.0%), 조조·야간·휴일 진료 확대 지원(8.1%), 실시간 예약관리 시스템 개발·보급, 특정 시간대 파트타임 의사 고용 지원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의료 접근성, 수술 및 입원 대기시간, 건강 지표 등 의사 수 과부족을 판단하는 다양한 지표들은 배제한 편향된 일부 연구결과만 반영한 수치로 보여 신뢰하기 어렵다”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회들 “의대 증원용 필수의료 정책, 의료 말살 패키지”
의대 정원 확대가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비판하는 의료계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5일 성명을 내고 “본말이 전도된 사상누각”이라며 “소위 낙수효과에 기대 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현장 의료인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돼 간신히 지탱해 오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몽땅 무너뜨릴 최후의 한방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여기저기 증상을 호소하며 신음하는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의사를 때려잡으면 의료가 개혁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정말로 의료를 살리는 길인가”라고 비판했다. 대전시의사회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관치의료 폐해의 화룡점정”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공갈사탕,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의사 전문직업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료주의 의료제도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며 “평생 한의원 한번 가지 않는 국민에게 자동차보험료,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게 국민 의료비 절감에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미용시장 개방 정책에 반발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이날 “의사면허증이 없는 비전문가의 미용 의료시술 자격 확대 정책에 강력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의사 죽이기, 의료 말살 패키지’라고 규정하며 “의사들이 돈벌이에 골몰해 혼합진료를 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앞으로 비급여 진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보험사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의사회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족 상황조차 의사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조만간 발표될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이 전문가 단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속된다면 3,200여명의 전남 의사 회원은 총파업을 비롯한 가장 강력한 투쟁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의사면허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미용 의료시술을 수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며 “설사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자격을 갖춘 의료인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면허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시술을 수행하면 이러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부과의사회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이 정책이 추진된다면 의협,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피부과학회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환자 만족도가 높은 도수치료와 물리치료의 병행을 금지하는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현실과 괴리된다. 대형 실손보험회사의 압력이 정부 쪽에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가 환자 편에 섰으면 한다”며 “성공한 정책으로 남기 위해서 이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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