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연구 공개
"초진 허용 대상 축소해야…소아 비대면진료는 부적절"
별도 보상 줘도 '참여 안 한다' 52.4%…안전성 확보 시급

의사들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안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법적 책임 장치 등을 추가로 마련해도 참여하겠다는 의견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의사들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안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법적 책임 장치 등을 추가로 마련해도 참여하겠다는 의견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정착에 애쓰고 있지만 의사들은 냉담하다. 별도 수가를 주거나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해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넓힌 초진 범위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봤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정책 현안 분석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회원 대상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으로 진행했다. 지난 2023년 7월 224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협 회원 643명이 참여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참여 회원은 49.1%였다. 이들은 '환자가 요구해서(81.3%)' 비대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로 보는 환자는 만성질환자가 79.5%로 가장 많았다. 비대면진료 86.9%가 음성 전화로 이뤄졌다.

의사들은 시범사업을 '법적 책임 명확화(36.1%)'와 '비대면 진료 대상과 범위 축소(22.1%)'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 31.6%는 시범사업이 개선되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진료 쟁점인 '초진 불가, 재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에 44.8%가 동의했다. 초진을 허용한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장애인, 감염병 확진자도 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넘었다. 이들은 "현재 초진 대상자야말로 오히려 더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아 환자에 한해 휴일과 야간에 의학적 상담을 허용한 것도 '안전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4.9%였다. 소아 환자는 비대면진료 대상으로 '부적절(69.1%)'하다고 봤다. 현재 수가 이상의 별도 보상을 부여해도 52.4%는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소아 대상 비대면진료를 하는 의사는 57.1%였다.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는 가장 큰 이유로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어서(71.4%)'라고 답했다. 비대면 상담(초진)에 별도 수가를 책정해도 47.6%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재진에 대해 별도 수가를 책정할 경우 참여하겠다는 의견(42.8%)보다 법적 책임 장치를 마련하면 참여하겠다는 의견(52.4%)이 더 많았다.

한편 회원 과반수는 비대면진료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54.0%)'하고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52.4%)'고 봤다. 의사가 통제하는 범위를 벗어난 요인으로 의료사고나 과오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88.2%가 동의했다.

연구진은 비대면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자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 확보"라면서 "초진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기준을 명확화해야 한다. 전화 사용 불가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진료 관련 법적·행정적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본인부담금 수납과 처방전 전송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재진 환자가 전화 비대면진료를 원하면 사전 예약을 의무화하고 예약 단계에서 사전 진료비를 납부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우봉식 원장은 "비대면진료에서 편리성만 강조하다 보면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진이나 부작용, 합병증 등 다양한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 뒤 이를 토대로 비대면진료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 같은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충분한 검토 없이 비대면진료 기준을 무분별하게 완화하면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응급의료정보체계(1339) 통합으로 발생한 야간·휴일 비응급 환자 상담 공백을 해결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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