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섭 간호정책과장, 정원 확대 당위성 피력
저임금, 고강도 근무 요구 지방 중소병원에 일침도
정부가 늘어나는 간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간호대 입학 정원을 500~700명씩 늘리는 가운데 간호계 내부에서 늘어난 이같은 조치가 임상간호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열린 ‘2023년 병원간호사회 간호정책포럼’에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25일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5명 실현 ▲지방병원 간호사 채용 여건 개선 ▲간호등급제 개선 등이 포함됐다.
임 과장은 간호대 정원을 늘려도 임상간호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상간호사뿐 아니라 보건의료 연관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들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과장에 따르면 입학 외 정원을 제외한 간호대 정원은 지난 2008년 1만1,686명에서 2022년 2만2,48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 1,000명당 임상간호사는 2.16명에서 4.94명으로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정보와 매칭된 인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 면허자 48만명 중 의료기관 활동자는 25만명으로 약 52%를 차지했다.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보건소, 학교, 119 소방대, 장기요양기관 등 보건의료 연관기관까지 포함하면 활동자는 약 73%에 달한다.
임 과장은 “간호계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임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적다는 신앙에만 빠져 있다”며 “면허 간호사가 임상에 종사하는 비율이 52%라서 큰 문제라는데, 간호정책에 접근할 때 52%가 아닌 보건의료 연관기관까지 포함한 73%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도 간호 면허를 활용해 근무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연관기관은 앞으로 간호사들이 진출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의사들이 제약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하는 게 의사 전문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과 같다. 정부도 적극 장려하고 있고 부국강병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늘어날 간호 수요에 대응하려면 간호대 정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임 과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활동 간호사는 10만6,000명이다. 이 중 50대 이상과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20대~40대 간호사 중 연령별 재취업률을 적용하면 활용 가능한 유휴 간호사 수는 3만~4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업무 시간 감축, 근무 강도 완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인력 배치를 확대하려면 유휴 간호인력 활용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량을 80%로 줄일 경우 오는 2035년에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 과장은 “간호 인력 배치 확대와 간호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간호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외국에서 간호사를 도입하거나 간호보조인력으로 간호사를 대체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없다”며 “인력의 질 관리 부분은 정부가 노력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 기능 못하는 지방 중소병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
지방 중소병원의 열악한 간호 채용 여건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를 저임금에 고용하면서 고강도 근로를 요구하는 지방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임 과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경우 간호사 임금이 높고 근로조건도 좋은 반면 지방은 임금도 낮고 근로조건이 열악한 등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임 과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구인난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의 임금이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간호사 노동시장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분리돼 작동되기 때문”이라며 “지방 중소병원은 저임금으로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간호사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간호사가 왜 그런 병원에 지원하나”라고 꼬집었다.
임 과장은 “지방의 간호사 채용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며 “그러나 간호사에게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요구해 악영향을 끼치거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너무 많다. 이런 병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좋은 병원을 육성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 간호인력 지원책 마련한 복지부, 중소병원 작심 비판
- 간협 "간호인력대책 환영…간호법 막는 도구 아니어야"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5명 추진…대형병원 '대기 간호사' 근절
- 간호사 채용 줄이는 대학병원들…간호대생들은 '울상'
- "병원 의료장비 과잉 공급…간호사 불법의료 내몰려"
- "간호사 처우 개선 사업에 병원 더 참여해야…'강력 지침' 필요"
- 인력난에 법정 다툼까지…시름하는 지방 중소병원들
- 2025학년도 간호대 정원 1000명 늘린다…政, 간호인력전문위 구성
- 政, 간호대 정원 확대 규모 연말까지 확정
- 간호대 증원 반대하는 간호사들 "밑 빠진 독 물 붓기"
- 간호대 증원 요구에 '집중간호학사' 카드 꺼낸 간협…政 "글쎄"
- 신규 간호사 신생아의 10% 넘는데 또 증원? "이해할 수 없는 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