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과밀화 원인으로 의사 부족 꼽아
“의사 위주 정책에 무너진 의료시스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다시 한 번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부터 늘려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 인력을 증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보건의료정책 협의체 '더 좋은 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2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의사들과 병원들이 원하는 정책 위주로 하다 보니 의료체계가 대단히 기형적인 상황이 됐다”며 “의사 수부족 문제가 촉발돼 곪아 있던 문제가 하나씩 터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병원이나 의사들이 원하면 아무 데나 병원을 지을 수 있는 제도인데 입원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반대로 못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실 과밀화 원인도 경증환자 쏠림이 아닌 의사 수 부족이라고 했다. 전체 응급환자 중 경증환자 비중은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은 응급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와 의사는 경증 응급환자가 많아서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응급환자 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비교해 보면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환자 중 경증환자 비중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우리나라 응급실이 붐비는 이유는 응급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실 환자가 적체되는 것”이라며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살려놓고 진단해 분류하는 곳인데 분류가 끝난 다음에도 빈 병실, 빈 수술실, 빈 중환자실이 없으니 상당 시간 응급실에 계속 적체돼 있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현재 의사 부족 문제, 우리나라 필수 의료시스템이 붕괴하고 지방의료가 붕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나 필요조건”이라며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 소아 중증·응급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소아 의료공급체계를 개편하고 소아 환자를 24시간 365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수가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소청과 의원 수는 줄지 않았지만 진료량은 지난 7~8년간 20% 가량 줄었다. 동네 소청과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일부 의원에 한정된 상황이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역은 입원환자, 중환자, 응급환자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청과보다 다른 과를 선택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당직할 의사가 부족하고 응급환자와 중환자, 입원환자 진료 기능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며 “(소청과 진료가) 타과에 비해 기회비용이 적고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보니 공백이 생긴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소아과 진료체계, 소아 의료 공급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며 “소아 환자를 24시간 365일 봐야 하는 병원 수가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방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의사 집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방 의대 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학생들인데 졸업 후 수도권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리 좋은 실력 있는 의사라고 해도 내가 사는 곳에 의사가 없으면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 출신을 가령 80%를 뽑고 그 중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받고 난 다음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해 지역 의료공백을 10~20년 뒤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방 의료 시스템이 붕괴돼 지방이 소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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