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의대 정원 규모 따른 의사 수 추계 분석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OECD 평균 따라잡는 추세
고령화율 바탕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이미 '과잉'
"근거 없는 의사 증원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의료계 일부가 펼치는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의사 배출 수준을 유지하기만 해도 '과잉 공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5일 의사 인력 관련 추계 자료를 공개하고 정부가 필수의료 등 현재 의료 현안 해결에만 급급해 "단순하고 안이하게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필수의료에 종사할 인력 확보 차원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정연은 단순히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 증원이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결국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언론을 통해 '의사를 5만명 늘리면 건강보험 진료비는 오히려 연간 5조원 절약된다'고 주장했지만 의정연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증가 예측(자료 제공: 의료정책연구원).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증가 예측(자료 제공: 의료정책연구원).

의정연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자료를 토대로 의사 증원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을 추계했을 때 의사 증원 규모가 커질수록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늘어났다.

의대 입학 정원이 350명 증가하면 오는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할 때보다 약 6조원 늘어났다. 1,000명을 증원하면 총액 증가분도 17조원으로 뛰었다.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요 논거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조차 "현재 의대 정원만 유지해도 결국 OECD 평균을 넘어선다"는 게 의정연 설명이다.

한국과 OECD 국가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추이 예측(자료 제공: 의료정책연구원).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7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73명보다 1.16명 적다. 그러나 오는 2040년에는 3.85명으로 늘어나 OECD 평균(4.83명)과 격차가 1명 미만으로 좁혀진다. 의정연은 오는 2063년이면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6.49명으로 OECD 국가 평균 6.43명을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늘어날 의료 수요에 대비하려면 의사를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했다. 한국과 인구 구조 변화가 유사하면서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과 비교하면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과잉 상태라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이 1998년 인구 고령화율 15.91%에 도달한 시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89명이었다. 한국이 비슷하게 고령화율 15.79%를 기록한 2020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1명이었다. 의정연은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일본 대비 과잉 의사 수가 3만2,095명에 이른다고 했다.

고령화율에 따라 일본 대비 한국 의사 과잉 규모(자료 제공: 의료정책연구원).

고령화율 20%선에서 비교하면 일본 대비 과잉 의사 수는 3만9,100명으로 늘어난다. 25%선에서는 과잉 의사 수가 최대 4만95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의정연은 "의사를 양산하면 남는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로 갈 거란 발상은 안이하다"며 "정확한 진단 없는 의사 공급은 과잉을 초래하고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된다.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