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미선 원장
“젊은 산과 의사가 분만 지속하게 해달라”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미선 공보이사는 분만 진료를 하는 7년차 산부인과 전문의로, 젊은 의사들이 분만 진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미선 공보이사는 분만 진료를 하는 7년차 산부인과 전문의로, 젊은 의사들이 분만 진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젊은 산과 의사가 분만 진료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귀하다’는 분만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미선 원장(미즈제일여성병원)의 호소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분만 현장에 뛰어든 지 7년차인 ‘젊은 의사’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미즈제일여성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다(미즈제일여성병원 소속 의사들 호칭은 전부 '원장'이다).

산부인과는 필수의료과 중에서도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과로 꼽힌다. 유입되는 젊은 의사가 적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산부인과 평균 연령은 53세다. 이는 외과와 함께 가장 높은 연령대인 과였다(관련 기사: 젊은 의사 없어 ‘늙어가는’ 필수의료과…“20~30년 후 붕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보이사인 김 원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만하는 젊은 산과 의사’ 입장에서 젊은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김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편지 형식으로 써온 글을 읽으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책임과 과도한 금전적 배상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분만 진료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지키려면 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전한 분만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의사에게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분만사고는 보상금을 정부가 100% 지원하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김 원장이 쓴 편지의 전문이다.


저는 아직 분만 진료하는 젊은 여의사입니다. 한 해 분만을 100~150건 정도 하고 있습니다. 확률상으로 저는 1년에 1~2명 정도 중증 모성 합병증, 즉 산모 사망이나 색전·출혈·감염으로 인한 중증 장애를 만나게 됩니다. 분만을 더 많이 하는 선생님들은 그 확률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중증 합병증.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책임과 과도한 금전적 배상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분만 진료를 합니다.

전공의 시절 은사님께서 회진할 때마다 산모들에게 “건강하게, 별일 없이 분만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출산 전 두려움, 출산 후 안도감. 언제까지 분만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 걱정’과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입니다. 의사를 죄인처럼 여기는 무과실 배상 책임, ‘의료분쟁조정법’, 저수가, 안전하지 않은 진료 환경으로 인해 분만을 지속하는 저 같은 젊은 산과 의사는 씨가 마를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분만병원만 해도 산과 의사가 7명(병원장 제외)이나 있지만 저를 제외하면 평균 연령이 57세입니다. 젊은 산과 의사가 분만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전한 분만 환경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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