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김기환 최고의학책임자 "의료 AI RWD 연구 영국 등으로 확대"
“2023년 하반기 유방촬영술 분석 솔루션 출시 예정” 밝히기도
[시카고=김찬혁 기자] “루닛은 더 이상 ‘인공지능(AI)’이 중심 키워드가 되는 회사가 아니다. 루닛의 목표는 '진단'과 '검사'이고, AI는 기술적 배경일 뿐이다. 이는 의료 AI 회사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과 무관하지 않은데, AI를 통해 궁극적으로 풀고 싶은 문제가 뭐였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했는지 검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 중인 2022년 북미영상의학회 연례학술대회(RSNA 2022)에서 만난 루닛 김기환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이처럼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는 선언을 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 CMO는 기자에게 앞으로 루닛이 나아갈 방향과 더불어 의료 AI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피력했다.
먼저, 김 CMO는 RSNA 2022 현장 분위기에 대해 “코로나19로 침체된 RSNA가 다시 살아난 거 같다. 이번 학회 현장에서 느낀 점은 그동안 다들 AI라는 키워드에만 주목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 관심있게 본다는 거다. 의사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며 “달리 말하면 이제는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기업은 외면당하는 시기가 찾아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6년부터 RSNA에 참석해온 루닛이 올해 해외 무대에서 선보인 홍보 부스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 김 CMO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부스 내 미팅룸을 마련했다. 사전에 미팅 요청이 많아서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 목적도 있고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막연한 관심을 받았다면 이제는 참관객 다수가 루닛이 무슨 기업인지 알고 있고, 루닛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로 미팅을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루닛은 의료 AI 관련 연구 결과를 많이 발표하기로도 유명하다. 이번 RSNA 2022에도 총 12편의 연구초록을 제출해 이 가운데 8편을 구연 발표(Oral PT)하고, 4편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그러나 김기환 CMO는 앞으로의 루닛 연구 활동 모습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CMO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논문 초록을 많이 내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연구의 질적인 측면에 집중하려고 한다. 루닛이 직접 연구를 진행하기보다는 자사 고객이나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국내외 학회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젊은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RSNA에서는 루닛의 유방암 진단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관련 RWD(리얼월드데이터)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루닛 인사이트 MMG와 전문의 1명이 검진을 한 경우 전문의 2명이 검진을 할 때 보다 암 발견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CMO는 “회사 입장에서는 큰 마일스톤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제약‧바이오와는 다르게 전향적 연구가 많이 없었고 의료 AI와 관련한 연구는 더더욱 없었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 진단이라는 환경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느냐에 대해 답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병원에서는 제품을 도입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에 있고 도입 논의는 스웨덴 내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나갈 걸로 예상된다. 유럽 내 유방암 검진에 자사 솔루션이 도입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루닛은 오는 2023년 영국과 덴마크에서 이번 스웨덴 연구과 같은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부터는 이중 판독을 하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 유방암 검진에 루닛 인사이트 MMG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밖에도 호주에서 유방암 암 검진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준비 중으로, 향후 전향적 연구를 거쳐 건강 검진 제도에 편입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김 CMO는 “루닛은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의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BreastScreen NSW, BSNSW)' 입찰에서 운영권을 획득했다. 2년 전부터 준비했던 과제고, 현재 연구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다. 오는 2023년 후향적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 전향적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이 스텝을 모두 다 밟으면 3년, 늦어도 5년 뒤에는 호주에서 자사 진단 솔루션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밖에 올해 RSNA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로는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흉부촬영술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관련 내용이 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AI를 활용할 때 폐결절을 유의하게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 또한 전향적 연구로 진행됐다“며 ”후향적 연구도 쌓아나갈 테지만 적어도 1년에 한 건 이상의 전향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루닛 인사이트 MMG를 허가받은 루닛은 RSNA 2021에서 "2022년을 미국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는 어디까지 왔을까.
김 CMO는 “기존에 FDA로부터 2차원 유방촬영술 분석 솔루션을 허가받았지만 이후 고도화를 통해 3차원 유방촬영술 분석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내년 7~8월에는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의료 체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고 함께할 연구자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흉부촬영술 진단 솔루션의 경우, 어떻게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에서 후지필름과 같은 파트너십 체결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엑스레이와 인공지능 분석 솔루션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김 CMO는 “의료 AI 기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는 더 혹독해질 것이다.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RSNA에 중국 의료 AI 회사도 많이 참가했지만 지금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의료 AI의 위상은 높은 편이고,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킹만 잘 구축하면 충분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