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합의 따라 개도국서 특허권자 허가 없이도 특허실시 가능
SK바사·유바이오로직스·아이진·큐라티스 등 수출에 영향 미칠듯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2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2)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최종결과 문서인 각료선언에 담긴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관련 내용을 놓고 국내 제약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개도국이 특허권자 허가 없이 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허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큐라티스 등 해외 수출을 목표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국내 기업들의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WTO 각료회의는 WTO 회원국 통상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WTO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2년마다 개최되는 것이 관행이다. 한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산자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백신 지재권 면제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한 코로나19와 앞으로 있을 또 다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WTO 차원의 대응방안이다.

특히 WTO는 향후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들이 백신 관련 특허에 대해 기존 TRIPs(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에 비해 완화된 요건 하에 ‘강제실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강제실시는 긴급 상황에서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도 특허실시를 허용하는 제도다.

한국은 개도국이 아니므로 이번 지재권 면제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도국 중에서도 중국과 같이 수출 역량이 큰 국가도 제외됐다.

산자부는 “(이번 WTO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등 의료물품의 생산·교역 원활화, 무역 관련 조치의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팬데믹 극복 노력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백신 지재권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번 합의문 적용 대상 국가는 사용자(기업)가 특허권자에게 승인을 획득하도록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자국의 국내시장 공급 이외에도 다른 면제대상 국가들에게 백신을 수출할 수 있으며, 국제 또는 지역적인 백신공급 이니셔티브에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대상 국가는 자국에 수입된 코로나19 백신의 재수출, 합의와 일치하지 않는 코로나19 백신의 수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재권 면제가 인도적이고 비영리 목적임을 고려해 백신에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아울러 대상 국가는 지식재산권이 면제된 기업의 이름, 면제권이 부여된 제품 및 기간, 백신의 양과 공급 국가 등 지재권 면제에 관련된 모든 조치를 WTO TRIPs에 통보해야 한다.

WTO의 이번 결정은 5년간 유효하며, 이번 결정의 운영에 대해 매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개도국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는 코로나19 백신 해외 수출을 노리고 있던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중 일부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지 않은 개도국을 타깃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

현재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등이 해외에서의 허가 획득을 목표로 자사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큐라티스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보건부 차관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및 인허가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개발명 GBP510)'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을 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 및 파트너사와 협력해 백신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스카이쉴드’ 프로젝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WTO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백신에만 해당된다. WTO는 이번 결정문 채택일로부터 6개월 이내 코로나19 진단기기 및 치료제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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