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이충근 교수, 담도암 2차 이상 치료에 新 표적치료법 제시
HER2 양성 환자에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 반응률 및 생존 개선 

담도암 환자의 표적항암치료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됐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는 지난 3~7일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2)에서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인 KCSG-HB19-14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출처: ASCO 2022
*출처: ASCO 2022

해당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산하 간담췌암분과 지원연구로 선정된 2상 단일군 임상시험으로, HER2 과발현 담도암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2차 이상 치료에 항 HER2 항체인 '트라스투주맙'과 기존 표준요법인 'FOLFOX'를 병용해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

발표 현장에서 만난 이충근 교수는 "최근 담도암은 기존 표준치료에 표적항암제가 추가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FGFR2 융합이나 IDH1 변이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 신약들이 이미 미국에서 승인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해당 연구는 담도암에서 FGFR2 융합이나 IDH1 변이에 이어 HER2가 표적항암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구"라며 "담도암 환자 중 HER2가 과발현되거나 증폭된 환자의 비중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여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이번 연구에서 HER2 표적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로 설정된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요법의 객관적반응률(ORR)은 29.4%로 나타났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각각 5.1개월, 10.7개월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절제불가 담도암 2차 치료에 기존 FOLFOX 요법의 반응률은 5%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요법은 약 30%의 반응률을 나타냈다"라며 "뿐만 아니라 PFS나 OS 역시 기존 FOLFOX와 비교해 훨씬 길게 나와, (비록 대조군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효능 측면에서 반응률과 생존 혜택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30%의 반응률은 기존의 치료법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HER2 표적항암제의 병용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림1. KCSG-HB19-14 연구 및 ABC-06, NIFTY, MyPATHWAY 연구의 결과 데이터
그림1. KCSG-HB19-14 연구 및 ABC-06, NIFTY, MyPATHWAY 연구의 결과 데이터

실제 포스터에는 절제불가 담도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FOLFOX', '5-FU/LV + nal-IRI', '트라스투주맙 + 퍼투주맙' 등을 평가한 ABC-06 연구, NIFTY 연구, MyPATHWAY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그림1).

각 연구에서 보여준 ORR은 5%(ABC-06), 14.8%(NIFTY), 23%(MyPATHWAY)로 나타나,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요법이 가장 높은 반응률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HER2 양성 담도암 환자라면 2차 이상 치료에 환자의 질병부담이 크다 하더라도 종양의 축소를 많이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연구는 그 종양 축소의 효과가 화학요법의 영향도 있겠지만 HER2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추후 담도가 눌리거나 폐쇄돼 황달 수치가 올라가 항암제를 쓰기 어려운 환자에서 FOLFOX 용량을 최소화하면서 트라스투주맙을 병용해 반응률을 해결하는 접근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 임상 현장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잘 발표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신청을 통해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현재 담도암 2차 치료에서 FOLFOX든 오니바이드(nal-IRI)든 비급여인 상황이고, 특히 최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트라스투주맙 하나를 더하는 게 비용적으로 엄청 부담이 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병용요법이 충분히 국내 임상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요법이 국내에서 보험급여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후 무작위대조임상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추가로 담도암에서 HER2 양성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이 연구 결과로 국내에서는 사전신청을 통해 '트라스투주맙 + FOLFOX' 병용요법을 쓸 순 있겠지만, 보험급여까지 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3상 무작위대조임상시험 결과가 나와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모집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위암에서 정의하는 HER2 양성 기준을 따랐는데, 실제 담도암 환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엔 조금 미흡해 고발현 환자를 선택하는 등 담도암에서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지 않아 생각하게 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추후 대규모 무작위대조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담도암에서의 HER2 양성에 대한 정의를 위한 병리과 연구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변화가 시작될 HER2 양성 담도암 환자의 표적치료 패턴도 전망했다.

이 교수는 "HER2 표적치료제로 트라스투주맙도 있지만 다른 신약들도 개발돼 있는 상태"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으며, 많은 회사들이 추가적으로 관심을 표해왔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앞으로 담도암 치료는 환자들이 1차 치료를 받는 동안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이나 면역염색법(IHC)을 통해 HER2 상태를 확인하고, 만일 HER2 양성이 확인되면 2차 이상 치료에 HER2 표적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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