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상무 “보험당국에 의료비 절감 효과 증명해야”
신재용 교수 “의료기기 관건은 명확한 작용원리 입증”

국내 디지털 치료제(DTx) 기업들이 명확한 작용원리 입증을 개발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2’에서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보험 적용 현황을 공유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 치료제는 작동 방식으로 보면 인지행동치료에 가깝지만, 규제기관에서는 의료기기로 보고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는 약이나 의료 행위에 가깝다. 이질적인 성격이 한 데 담겨있기 때문에 보험 당국에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제가 아직까지 새로운 항암제처럼 어마어마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기 때문에 기존 의료 행위와 비교를 하게 될 것”이라며 “흔히 의료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의사의 시간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외래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보험자가 일차적으로 요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선도적인 보험 적용 모델로 독일의 ‘디가(DiGA)’를 꼽았다. 디가의 경우, 독일 내 제품 허가를 받으면 일년간 시범적으로 회사에서 요구한 보험을 적용해 주고 그 뒤 효과를 판별한다. 효과가 있었다면 영구 수가로 지정되지만 효과가 없었다면 수가 적용에서 퇴출된다.

김 상무는 “유연하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도입하지 못한 과감한 결정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 정도 보험 적용은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약사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 및 협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서도 제약사가 디지털 치료제를 얼마큼 진지하게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만성 질환 치료제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사노피 같은 경우, 당뇨병 관리 소프트웨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지만 그 외에는 제약 사업과 디지털 치료제가 언제 엮일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일단 발가락 하나 담가보자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세의대 신재용 교수.
연세의대 신재용 교수.

이어 마이크를 잡은 연세대 의대 신재용 교수는 전세계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 ‘텔라닥’을 향해 2024년부터는 예방, 치료, 관리, 재활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지만 이전과 같은 원격의료 수가를 인정하겠다고 밝힌 걸 그 배경으로 꼽았다.

신 교수는 “최근 텔라닥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달리 보면 새로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준비한다고 한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만 40개가 넘는다. 이 중 25%가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탐색 또는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환자가 수동적으로 외래를 방문하는데 그쳤다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본인 스스로 생활 습관을 고치는, 새로운 옵션에 대한 환자 욕구가 생겨났다”면서도 “이를 통해 외래 간격이 늘어날 때 의료비가 절감되면, 그에 따른 의사의 노고를 인정해줘야 이 같은 욕구가 확산·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효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그간 미국에서 출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판매자들이 의사나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마치 약처럼 홍보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다지만 실제로는 기업 간 편차가 엄청 크다. 디지털 치료제를 의료기기로 볼 때, 빠져서는 안 되는 게 작용 원리와 이에 대한 입증이다. 인지행동치료라는 기법과 리얼월드 퍼포펀스를 어떻게 달성시킬 것인지 보여주는 게 디지털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또 “의료 전문가의 워크플로우를 가중시키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치료제 사용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의료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