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세대원 배우자·미성년자녀만 인정 등 지적
지역가입자 평균 보험료, 내국인보다 높아 “형평성 저해”

현행 외국인 건강보험제도가 외국인 가입자의 수용성을 저해하고 차별을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문심명 조사관은 지난 20일 공개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조사관은 “일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가 제도를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됐다”며 “최근 외국인 건강보험 관리체계를 강화했지만 제도의 수용성은 낮아지고 차별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이 건보 적용 사업장에 고용되면 직장가입자가 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도입된 당연가입제로 국내 입국 후 6개월이 지나면 자동 가입되며, 세대원의 인정 범위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등록외국인은 164만6,681명으로 이 중 건강보험 가입자는 126만4,430명이다. 그 중 직장가입자는 69만명, 세대원 수를 포함한 지역가입자는 57만명이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과된 보험료는 2020년 기준 1조5,417억원으로, 2016년 7,756억원 대비 98.7% 증가했다. 이중 지역가입자에게는 4,609억원의 보험료가 부과됐으며, 2016년 보다 6배 증가했다. 총 급여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합쳐 9,542억원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주요 변경사항(자료제공: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주요 변경사항(자료제공: 국회입법조사처)

문 조사관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부과 기준을 강화해 건보재정에서 흑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문 조사관은 특히 지난 2018년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세대합가 인정범위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한 것을 지적했다. 이는 외국인의 세대 관리가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한 위장 전입, 세대합가 후 주소 이전 등 보험료 부담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실제 생계와 거주를 함께 하고 있음에도 세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한 집에 여러 장의 보험료가 고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조사관은 지난 2019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소득·재산에 따라 산정한 보험료가 전년도 가입자 전체 평균보험료에 미치지 않을 경우 평균보험료를 내도록 한 개정안이 형평성을 저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소득이나 재산을 증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외국인 지역가입자들의 경우 월 평균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내국인 지역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21년 기준 월 평균보험료는 12만4,770원이며, 내국인 등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부과액은 9만7,221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 조사관은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조사관은 “외국인의 건강보험 당연가입제 도입 등의 정책 변화는 건보재정을 확충하고, 역선택과 같은 부작용과 의료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내국인에 비해 불이익이 심화한 점은 저소득층 외국인의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건강권 보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현행 제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차별적 조건을 완화하고,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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