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약 하루만 미리 처방해도 '중복처방'
심평원 "마약·향정 엄격 관리 차원…삭감은 없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며칠 전 향정신성의약품 중복 처방을 자제해 달라며 주의해야 하는 처방 목록을 받았다.

처방을 받아야 하는 날에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환자들에게 하루나 이틀 먼저 약을 처방해준 게 원인이었다. 경고를 받은 A교수는 그 순간 자신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마구 처방하는 의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A교수는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하루도 어김없이 처방 날짜를 맞추거나 환자가 며칠 씩 약 없이 지내야 하는 수밖에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A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도 매일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데 향정신성의약품은 하루만 미리 처방해도 경고다. 중복처방을 피하려다 환자가 며칠씩 약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이나 벤조디아제핀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중복처방을 시도하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중복처방'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며 “그러나 심사 기준에 따라 전체 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처방하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다른 의약품보다 마약·향정신성의약품 관리가 더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별히 정신건강의학과 처방만 페널티를 가하고자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마약류 관리를 위한 ‘안내’ 차원이라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29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은 1일만 중복돼도 DUR에서 경고성 안내 메시지가 나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환자가 약 처방을 위해 미리 내원한 경우라면 시스템에 해당 코드를 입력하고 사유 처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약도 중복처방일 경우 동일하게 안내 메시지가 나간다. 다만 2일까지는 사유 기재 예외 대상이다. 그 이후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사유 기재 후 처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DUR 내부 시스템 메시지가 나왔다고 해서 중복처방을 이유로 진료비 삭감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마약류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안내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지 이런 사례가 누적된다고 해서 바로 진료비 삭감이나 다른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삭감이나 조정 조치는 심사 기준에 따라 개별 처방 사례를 보기 때문에 DUR 안내 메시지가 나갔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페널티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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