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기업 개발 현황 분석…종근당·대웅 3상 진입
2상 진행 기업 가장 많아…일부는 IND 승인 상태에 머물기도
업계 “재고 구매 약속하라”…식약처 “각 부서 검토 중”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백신 접종 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2호 토종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업화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중 허가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약물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위험군 경증 환자 및 중등증 환자 치료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일하다.

셀트리온은 지난 12일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렉키로나 허가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조건부' 딱지를 떼어 내겠다는 목표다. 해외에서는 인할론 바이오파마(Inhalon Biopharma) 주도로 흡입형 렉키로나 개발을 위한 1상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코로나19 치료제 국내외 개발 현황.
국내 기업 코로나19 치료제 국내외 개발 현황.

셀트리온을 포함하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종근당 ▲대웅제약 ▲신풍제약 ▲부광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뉴젠테라퓨텍스 ▲이뮨메드 ▲제넥신 ▲녹십자웰빙 ▲샤페론 ▲동화약품 ▲크리스탈지노믹스 ▲엔지켐생명과학 ▲텔콘RF제약 등 총 15곳이다.

이 중 유럽 임상만을 진행한 샤페론을 제외하고, 14개 기업이 국내 임상을 승인받았다. 또 종근당, 대웅제약, 이뮨메드, 제넥신, 셀트리온 등은 환자 모집이 용이하고 제형 다양화, 변이 대응 등을 위해 해외 임상을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대웅제약, 국내 3상 진입 '유이'

현재까지 국내에서 정식 품목허가 전 마지막 관문인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국내 대형 제약사인 종근당과 대웅제약이다.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CKD-314(성분명 나파모스타트메실산염) 조건부 허가를 반려 당한 종근당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3상을 승인받아 환자 모집 중이다. 다만, 환자 모집 초기 단계로 임상을 마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DWJ1248(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산염), 이른바 ‘코비블록’을 개발 중인 대웅제약은 예방 목적의 국내 3상과 중증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한 3상을 각각 승인받았지만 현재 경증 및 중등증 환자 치료를 위한 코비블록 2b상 전체 결과 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지만 1차 평가지표(주평가지표)인 ‘임상적 증상 개선 기간 단축’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전체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조건부 허가 및 후속 임상 진행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신풍·부광, 2상 마쳤지만 주평가지표 달성 실패에 ‘고심’

신풍제약과 부광약품 또한 2상을 완료했지만 두 기업 모두 1차 평가지표인 ‘음전율(RT-PCR 검사에서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비율)’을 충족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달 2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한 신풍제약은 2상 결과 피라맥스 투여군과 대조군 간 음전율 차이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근거와 전반적인 임상지표의 개선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후속 임상시험 진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신풍제약은 지난 7월까지 식약처에 후속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5월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 첫 번째 2상(CLV-201) 발표 후 진통을 겪은 부광약품은 프로토콜을 변경한 2-2상(CLV-203)을 마치고 전체 결과를 도출 중이다. 전체 결과 발표 시기는 확실치 않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음전율 대신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의 추세”라며 “레보비르가 환자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치료제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물 의약품 후보물질 ‘EC-18’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도 지난 2월 환자 투약을 완료하며 사실상 2상을 종료했지만 아직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난색을 표하며 “아직 2상 결과를 분석 중이다. 발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어떤 식으로 발표할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흡입형 치료제 2상 진행…일부는 ‘깜깜 무소식’

이밖에도 다수 국내기업들이 식약처 승인을 통해 국내 2상에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승인 획득 여부와는 별개로 일부 기업들은 아직 환자모집 단계에도 돌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5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았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측은 구체적인 진척 상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임상은 순항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연내 2상 환자 투약을 마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태반주사제 ‘라이넥(자하거가수분해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GC녹십자웰빙, 천연물 의약품 후보물질 ‘DW2008S’을 내세운 동화약품은 아직 환자 모집에도 돌입하지 못했다.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선정하지 못해서다. 두 기업 모두 임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며 곧 환자 모집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약물재창출을 통해 ‘CG-CAM20(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을 개발하고 있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서울아산병원을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선정, 환자 모집에 착수했지만 단 한 명의 참여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국내 환자 부족으로 인해 임상 참여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 약물재창출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신 미국에서 치료용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 독성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뉴젠테라퓨틱스는 1상을 완료했지만 아직 2상 진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후속 임상 진입을 위해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텔콘RF제약이 식약처로부터 ‘렌질루맙’ 1상을 승인받으며 새롭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렌질루맙은 나스닥 상장사인 휴머니젠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로, 텔콘RF제약은 휴머니젠의 국내 파트너사로서 국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뮨메드·제넥신 등 해외 임상 박차 기업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2상을 승인받은 이뮨메드는 아직 환자 모집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뮨메드는 국내에서 임상 참여자를 모집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해외 임상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오는 4분기 중 3개국(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진행한 2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 중인 유일한 기업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제넥신 또한 치료제 해외 임상에 좀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제넥신은 지난해 8월 'GX-I7' 1b상을 승인받았지만 6개월만인 지난 5월에야 환자 모집에 돌입했다. 반면, KG바이오와 'GX-I7'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인도네시아 2상에서는 환자 모집과 동시에 투약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제넥신은 GX-I7 2상 프로토콜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넥신 관계자는 “치료 대상에서 경증 환자를 제외하고 중등증 내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샤페론은 루마니아에서 진행한 유럽 2상 탑라인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샤페론은 증상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토대로 한 긴급사용승인 신청이나 후속 임상시험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샤페론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향후 전체 결과 도출 이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재고 물량 구매 등 政에 건의식약처 “검토 중”

한편, 지난 7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셀트리온, 종근당, 대웅제약, 신풍제약, 부광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뉴젠테라퓨텍스, 이뮨메드, 제넥신, 녹십자웰빙, 샤페론 등 11개 기업이 참석했다.

참여 기업 면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 처에 승인받아 임상시험 진행 혹은 준비 중인 업체 중 참석 희망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식약처에 ▲임상시험 계획서 작성 등 설계 지원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임상 시험대상자 모집을 위한 정보 공유 ▲개발된 치료제의 정부 비축 ▲긴급사용승인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업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요청한 사항은 관련 부처 혹은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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