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균 교수 “골다공증 치료 가장 큰 목표는 골절 예방” 강조
“초기 치료·지속 치료·순차 치료 보장돼야”

국내에서 골다공증은 조기 발견과 치료뿐만 아니라 지속 치료조차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통해 수치가 -2.5 이하인 경우 골다공증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치료를 통해 골밀도 수치가 -2.5를 초과하면 약제 급여가 중단되는 점이 지적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과 비교 시 골밀도 수치가 -2.5를 초과했을 때 더 이상 약제를 사용할 수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또 국내에서는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 치료 시 골흡수억제제를 1년 이상 사용한 후에야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 골형성촉진제 사용 후 골흡수억제제를 사용하는 순차치료가 골밀도를 향상시키고 골절을 예방함이 밝혀졌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러한 순차치료를 권고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영균 교수(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는 “골다공증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골절 예방”이라며 “과거에는 골다공증에 대한 환자의 인식 부족이 치료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면, 최근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보험급여 기준으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이영균 교수에게 국내 골다공증 치료의 한계와 개선점을 자세히 들었다. 이 교수는 이달 초 진행된 대한골대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치료환경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영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영균 교수.

- 국내 골다공증 치료환경에서 개선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골다공증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골절 예방이다. 다른 노인성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경우 혈압 또는 당화혈색소가 정상화이더라도 약물 처방이 제한되지 않는다. 골다공증도 골절 예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속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골다공증 약제 급여 기준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2011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골밀도 검사 시 골밀도 수치가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표준치료 지침에서는 골밀도 수치도 중요하지만 골절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골절 예방을 위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골다공증 이전 단계인 골감소증(골밀도 수치 -2.5 이상 -1.0 미만) 환자도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권고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골밀도 수치를 기준으로 급여가 적용돼 골절 위험이 있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은 이전 단계 환자들에게 주의를 가지고 이들을 치료하도록 권고하지 않나. 골다공증은 골절이 될 때까지는 증상이 없지만, 골감소증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골절 위험이 높은 환자가 있다. 과거에 부모님에게 골절이 발생했거나, 본인이 낙상 등으로 인해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이다. 이 경우 골다공증 수치 범위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 국내 골다공증 치료가 세계적 치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치료 과정에서 골밀도 수치가 -2.5를 초과하면 더 이상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약제를 사용할 수 없다. 수치가 개선돼도 환자가 가지고 있는 골절 위험은 변하지 않으므로 약제를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에 수정이 필요하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골밀도 수치가 -2.5를 초과하더라도 여전히 골다공증이 있다고 간주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약물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해외에서도 골다공증 약제의 지속 처방에 대한 관심이 많다. 다만 이들 나라에서는 대부분 환자의 인식 부족으로 인한 치료 중단이 주된 원인인 반면, 우리나라는 보험급여 기준의 제한으로 약제를 중단해야 한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약제 사용에 있어서 골밀도 수치 -2.5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처음 진단하고 평가할 때 사용하기에는 골밀도 검사가 유용하지만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국제 가이드라인과 달리 골밀도 수치 기준을 고집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골밀도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 게 직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사용하던 골다공증 약제는 사용을 중단해도 체내에 약물이 남아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사용하는 약제는 이전 약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개선됐지만 사용을 중단하면 골절 예방 효과가 사라진다.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약제를 중단하면 골절 위험도가 다시 증가해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와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의 치료는 잘 이뤄지고 있나.

골절 초고위험군이란 과거에 두 군데 이상 척추 골절이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환자는 머지 않아 추가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추가 골절 발생을 빠른 시간 안에 예방할 수 있는 약제 사용이 중요하다.

국제 표준치료에서는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뼈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사용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골절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요구한다. 그 후 골흡수억제제 등 다른 기전의 약제를 사용해 골밀도를 유지하는 식이다. 학문적으로도 골형성촉진제 사용 후 골흡수억제제를 사용하는 순차치료가 골밀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골절 예방효과가 크다.

이와 달리 국내 급여 기준에 따르면 골흡수억제제를 최소 1년 이상 사용한 뒤에 반응이 없거나 골절이 생겼을 경우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학문적인 근거,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순서와는 다른 기준이다.

- 대한골대사학회는 골다공증 골절의 질환 인지도 향상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학회 측 활동계획을 설명해달라.

골대사학회는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위해 ‘뼈문뼈답’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네이버 포스트에도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매년 10월 20일에는 골다공증의 날을 기념해 주요 병원의 건강 강좌를 지원하기도 한다. 의료진 교육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학술대회 외에도 연수강좌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뼈가 나이를 먹어서 뼈에 구멍이 생기고 뼈를 약하게 하는 노화 현상 중 하나다. 약제나 적절한 관리를 통해 골다공증의 진행 속도를 줄일 수 있으며, 골 강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많이 있으므로 국민들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길 바란다. 또한 국제 기준에 맞춰 골감소증 환자에 약제를 사용하고, 상태가 호전된 환자에게도 약제를 지속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약제 사용을 위해선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에 순차치료가 보장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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