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국립대병원서 시행된 생체 신장 공여자 2051명 대상 연구
건강상 차이 적지만 고용 불평등·경제수준 하락 가능성 높아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장기 생존율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었으나, 이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은 신장 이식을 진행한 공여자의 공여 전후 건강상태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신장 이식이 이뤄지며, 이 중 약 50% 정도가 생체 공여자로부터 기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체 신장 공여자의 단·장기 합병증과 예후, 공여 후 건강상태와 심리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룬 국내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보의연은 생체 신장 공여자를 임상적으로 분석하고 설문을 통해 공여 전후 변화를 확인하는 ‘생체 신장 공여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 관리 지침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 등 7개 국립대병원에서 197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신장 이식 목적으로 신장 적출술을 받은 생체 신장 공여자 2,051명과 일반인(건강 대조군) 2,051명을 매칭한 후향적 코호트 자료를 토대로 대사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공여자와 일반인은 각 지표의 유병률 경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먼저 고요산혈증(남성 7mg/dL 이상, 여성 6mg/dL 이상) 유병률은 공여자와 일반인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상승했다. 공여자의 경우 1995~2000년 4.6%에서 2012~2016년 11.5%로 상승했고, 일반인은 같은 기간 6.5%에서 16.5%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두 군 간 유병률 상승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유병률도 공여자는 1995~2000년 7.2%, 2012~2016년 18.5%였으며, 일반인은 같은 기간 각각 10.5%, 24.4%로 두 군간 유병률 경향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고콜레스테롤혈증은 1995~2000년에는 두 군의 유병률이 32%로 비슷했던 반면, 2012~2016년에는 공여자가 40%, 일반인이 50%까지 치솟았다. 과체중/비만(체질량지수(BMI)≥25kg/m2) 유병률은 전 기간 동안 공여자가 일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환자 비율이 높았으나, 두 군간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또 연구진은 공여자의 신기능 회복을 확인하기 위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신장 공여자 1,358명의 만성콩팥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식 후 초기에 측정한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높은 경우 신장 생존율이 높았다. 반대로 초기 수치가 낮은 공여자는 1개월 후 측정한 추정 사구체여과율의 변화량에 따라 신장 생존율에 차이를 보여 공여 후 신기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7개 국립대병원에서 시행된 생체 신장 공여자와 매칭된 일반인 각 1,701명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결과, 공여자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으나 사회경제적 수준과 거주 지역을 보정했을 때 생체 신장 공여자와 일반인 간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변화는 공여자가 일반인 보다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16년 동안 7개 국립대병원에서 신장 적출술을 받은 공여자 1,369명과 같은 수로 매칭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공여자는 신장 공여 후 피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으며 새롭게 고용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이러한 고용 불평등은 공여 2년 후부터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단기적, 장기적으로 경제적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여자의 경제력 분위가 상승할 확률도 일반인의 약 0.5배로 유의하게 낮았다. 반대로 공여 전과 비교해 경제력 분위가 하강할 확률은 약 1.4배였으며 이러한 경향이 공여 후 5년까지 유지됐다.

추가적으로 연구진은 서울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장 공여자 240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총 34.2%가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공여 시 발생한 수술비용으로 어려워졌다’ 69.5%, ‘수술 이후 각종 보험 가입/유지 제한 경험’ 54.9%, ‘휴학/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 42.7% 순이었다.

공여 전후로 일을 할 수 없었던 날은 약 67일이었으며, 직업이 있는 공여자는 그 중 35일이 무급휴가로 나타나 충분한 요양 및 휴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공여 전후 검사와 수술, 입원비용에 대해서는 40.8%가 ‘공여자 본인 전액 부담’이었다고 답했고, ‘수혜자가 전액 부담’이 35.4%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개인 사보험의 혜택을 받았다고 응답한 공여자는 24.2%로 공여 시 사보험의 보장 영역은 크지 않았다.

현재 보험 체계상 모든 공여자는 공여 시 시행된 검사와 수술 비용 일부를 환급 받을 수 있음에도 환급을 받지 않은 응답자가 25.8%로 약 4분의 1에 해당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이하정 교수는 “우리나라 생체 신장 공여자의 대사위험도와 장기 생존율이 대조군 대비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최근 대사증후군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생체 신장 공여자의 안전 관리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국가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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