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의사 자율정화 강화 방안’ 발표
24시간 제보 가능한 ‘자율정화 신고센터’ 설치
중앙윤리위 조사‧심의 강화하고 징계에 ‘제명’ 추가

척추전문병원인 인천 21세기병원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의혹을 계기로 대한의사협회가 ‘무관용 원칙’으로 내부 자율정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드러나면 ‘회원 제명’까지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의협과 각 시도의사회에 24시간 제보 가능한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추진단의 역할도 강화할 계획이다.

의협은 2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사 자율정화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의협은 중앙과 각 시도의사회에 24시간 운영되는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설치해 익명으로 공익 제보를 받는다. 신고된 사건은 의협과 각 시도의사회별로 설치하는 자율정화특별위원회에서 조사해 전문가평가단에 의뢰하거나 중앙윤리위에 회부할 계획이다.

중앙윤리위의 역할도 강화한다. 조사와 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해 회원 징계 수위를 ‘제명’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징계는 경고나 위반금 부과, 3년 이내 회원 권리 정지, 행정처분 의뢰 정도다.

8개 시도의사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문평가제 시범사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사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수준으로 자율징계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단호했다. 이 회장은 이미 대리 수술 의혹을 받는 인천 21세기병원을 의료법이 아닌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0.1%의 비도덕적인 의사 때문에 나머지 99.9%의 선량한 의사들이 비판 받고 매도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회원은 강력하게 제재하고 징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이번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극소수 의사들이 관여한 대리수술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 범죄이며 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며 “위법하거나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한 혐의가 적발되거나 드러난 회원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무관용을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선문 중앙윤리위원장은 “징계의 기초가 되는 조사와 심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와 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앙윤리위 규정을 개정해 회원 제명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며 부정적이었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오히려 대부분의 선량한 의사들을 위축시켜 소극적인 방어진료를 야기할 수 있다”며 “CCTV 설치와 관리,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기에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반대했다.

이 회장은 “대리 수술 근절을 비롯한 비윤리적 의료행위 척결을 위해서는 ‘CCTV가 보고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겁을 주거나 사고 발생 후 CCTV와 같은 증거를 찾아 처벌하거나 소송하는 것보다는 의료계의 보다 강력한 자정활동으로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의 발생 자체는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도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환자의 중요한 부위가 노출될 수 있다. 생각보다 민감한 문제"라며 "대리수술 근절이 목적이라면 생체 지문을 이용해 비의료인은 수술실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외과 전문의인 양동호 전문평가제시범사업추진단장은 "일부 몰지각한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대리 수술을 국민이 용납할 수 없듯이 일반 의사들도 마찬가지"라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술실에서 환자는 많은 부위를 노출하고 수술 과정은 생각보다 잔인해보이기도 하다. 대리 수술 방지가 목적이라면 홍체 인식 등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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