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당초 신속항원검사 낮은 민감도 지적
활용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선별검사에 도입
학회 성능 검증 이후 “목적에 맞게 사용” 강조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41.5%에 불과하다는 검증 결과가 나오자 방역 당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뒤늦게 ‘보조 수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던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에 사용되고 있으며 2주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이 검사를 받았다.
28일 0시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1만465명이며 이들 중 34명이 양성이 나와 2차로 비인두도말 PCR 검사를 받았다. 2차 검사 결과, 34명 중 20명이 양성으로 진단됐으며 14명은 음성, 즉 위양성(가짜양성)이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1만431명 중 위음성(가짜음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질병관리청, 11월엔 ‘신속항원검사 보조수단’ 강조
그러나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1월 17일 발표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대응·조치 안내’를 통해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검사(RT-PCR) 시행이 불가능한 곳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난 경우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또한 민감도가 낮아 그 결과가 위양성이나 위음성일 수 있으므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가 지난 11월 11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19 Ag Test’를 국내 최초 신속항원진단키트로 허가할 때도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특히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고 출시된 신속항원진단키트는 에스디바이센서 제품이 유일하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전문가들도 신속항원검사를 응급실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신속항원검사 활용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선별검사 적용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속항원검사 활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최근 들어 정확도가 높아졌고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활용도 적극 추진하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신속항원검사는 일주일 만에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150여곳에서 실시하는 세 종류의 검사법 중 하나로 도입됐다. 기존 검사법인 비인두도발 PCR 외에 타액 PCR과 신속항원검사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정치권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자가 검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역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고 복지부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이를 홍보했다.
하지만 진단검사의학회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신속진단키트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29%였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은 검체에서는 민감도가 11%까지 내려갔으며 국내 신규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민감도는 41.5%였다. 이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식약처, 중대본이 신속항원검사 민감도라고 밝힌 민감도 9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학회 검증 후 “보조 수단이었다”면서도 선별검사로 활용
이후 방대본의 입장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방대본 홍정익 대응관리팀장은 진단검사의학회가 검증 결과를 발표한 지난 23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신속항원검사에서 부정확한 검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기에 (코로나19) 환자를 1명이라도 더 발견할 수 있다면 검사를 받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해 도입했다”며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신속항원검사의 한계를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4일 진행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는 신속항원검사는 보조적 수단이라며 “목적에 맞게 사용해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중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코로나19 표준진단법은 비인두도말 PCR이다. 신속항원검사는 이를 보조하기 위한 보조 검사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신속항원검사는 특히 의료진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이나 격오지, 응급실 등에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너무 급하게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어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40% 정도는 위양성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성은 반드시 PCR 검사를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를 갖고 있기에 위양성 우려는 없다”며 “다만 위음성에 대한 부분은 당초 목적대로 확인진단용이 아니라 스크린용으로 제한돼 사용하는 용도다. 이제 목적에 맞게 사용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수도권 선별검사소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오히려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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