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위음성 가려내지 못해 구제역 전국 확산
‘구제역 백서’에서도 “초기 진단 미숙” 지적
“항원‧항체진단키트, 위음성 확인 과정 필수”

'구제역 파동'의 원인 중 하나가 위음성을 가려내지 못한 초기 진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코로나19 3차 유행에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구제역 파동'의 원인 중 하나가 위음성을 가려내지 못한 초기 진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코로나19 3차 유행에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도 부정확한 초기진단에서 시작됐다. 발생 초기 위음성(가짜음성)을 가려내지 못한 게 구제역 확산의 계기가 됐다.

부정확한 초기진단이 불러온 구제역 파동을 겪고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에 민감도(sensitivity)가 낮은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은 2011년 5월까지 소, 돼지 등 가축 347만여 마리를 도살처분하거나 매몰한 뒤에야 종식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위음성을 가려내지 못한 초기 부정확한 진단에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0~2011년 구제역 백서’에 따르면 구제역은 지난 2010년 11월 하순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처음 발생했다. 초기진단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이 진단 자체가 모니터링용인 간이진단키트를 부적합하게 사용해서 발생한 ‘위음성’이었다.

당시 경북 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에서 사용한 간이진단키트는 항체진단키트였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항체가 형성되려면 10일 이상을 지나야 하기에 항체진단키트는 초기진단보다는 모니터링용으로 적합하다.

결국 구제역 진단은 최초 발생 보고 시점보다 1주일 정도 지난 뒤에야 나왔고, 그 사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퍼졌다.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2011년 구제역 백서'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항원진단키트, 위음성 확률 높다"

또 다른 간이진단키트인 항원진단키트는 위음성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차원에서 널리 배포하지 않았다. 분자진단법이나 세포배양법보다 민감도가 낮아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재확인 절차가 필수지만 관련 시설과 장비를 갖춘 곳이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도 백서를 통해 “현장에서 사용하는 항원‧항체키트는 진단에 사용하는 가검물 속에 일정량 이상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검사대상 동물이 구제역에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 음성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며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올 경우에는 반드시 RT-PCR이나 ELISA(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바이러스 중화시험 등 다른 검사를 실시해 확실한 음성임을 재확인해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이어 “구제역 항원키트를 모든 일선 시험소에 나누어 준다고 할지라도 구제역 확인검사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갖추게 하지 않는 한 일선 시험소에는 여전히 거짓 음성 판정에 의한 오진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채찬희 교수도 구제역 초기진단이 부정확해 방역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국내 가축에서 구제역 항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모니터링 간이진단키트를 목적에 적합하지 않게 사용해 검사했다”며 “이로 인해 최초 발생보고보다 약 1주일이 경과된 후에 구제역을 진단했고, 이런 지연 진단으로 인해 이미 전국적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된 후에야 방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간이진단키트에는 항체 검출용과 항원 검출용, 2가지가 있는데 이들 모두 민감도에서 정밀검사법보다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며 “결론적으로 초기진단 문제로 인해 이번 구제역 사태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전파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음성' 3864명, 위음성은?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지적됐던 위음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없다.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왔을 때만 위양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RT_PCR 검사를 다시 한번 하고 있을 뿐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진행된 신속항원검사는 총 3,879건이며 이 중 양성이 나온 15명에 대해 2차 비인두도발 PCR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명이 양성, 4명이 음성이었으며 3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3,864명 중 위음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 파동과 같은 일이 코로나19 3차 유행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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