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염증 기전 발견 아이칸의대 엠마 거트만 교수
"코로나19 동반 아토피 환자 치료에 '듀피젠트', 더욱 안전"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이토카인 폭풍에 관여하는 Th2 경로를 억제하면서도, 감염증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Th1 경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중 듀피젠트를 사용하고 있던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경증의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대다수인 반면,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입원이 필요할 만큼 상태가 악화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국제습진협회 공동 창립자 및 회장이자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피부과 및 면역학과 전문의인 엠마 거트만(Emma Guttman)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아토피피부염 환자 치료 노하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엠마 거트만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의 면역학적 기반에 대한 '제2형 염증' 패러다임을 발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며, 전세계 아토피피부염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석학 중 하나이다.

이에 엠마 거트만 교수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제2형 염증' 기전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최신 지견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아토피피부염 환자 치료 경험에 따른 노하우를 들어봤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엠마 거트만 교수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엠마 거트만 교수

-아토피피부염의 주된 병인이 '제2형 염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2형 염증'이란 무엇인가.

제2형 염증이란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 등 사이토카인의 증가로 인해 발병하는 염증 기전으로, 이 두 가지 사이토카인은 대부분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많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L-4와 IL-13은 대개 T 림프구 세포에 의해 생산이 되는데, 이들이 과잉 생산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과잉 생산은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해 천식, 알레르기 비염, 만성비부비동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들을 유발한다. 이들 질환이 제2형 염증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면역매개 질환이다.

-제2형 염증 기전을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적용한 최초의 연구자 중 한 분이다. 어떤 계기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고, 또 자녀들 중 한 명은 아토피피부염, 다른 한 명은 천식을 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토피피부염의 발병 기전은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연구 주제다. 연구를 시작했던 당시에는 발병 기전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토피피부염이 피부 보호 장벽의 문제인지, 혹은 면역학적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이 없었다. 다만 아토피피부염이 환자들에서 지속적으로 발현하는 이유가 '제2형 염증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표적해야 환자들의 치료 경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가설을 설정하게 된 것이다.

-모든 아토피피부염이 제2형 염증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인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대부분에서 제2형 염증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굉장히 복잡한 질환이기 때문에 다른 다양한 요인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제2형 염증 기전의 문제는 항상 '필수조건'처럼 연결돼 있다. 제2형 염증 반응을 줄이면 피부 장벽 기능의 문제들이 역전돼 해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제2형 염증은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경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개발된 '듀피젠트' 등의 신약들이 제2형 염증 기전 연구들의 산물인 것이가.

그렇다.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던 기존 치료제들로는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들이 있었다. 이러한 치료제들은 광범위한 효과를 가진다. 다시 말해 제2형 염증 이외에도 다양한 면역성 물질들을 표적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의 제2형 염증 기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Th2 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이에 따라 듀피젠트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도 개발됐다. 듀피젠트가 개발되면서 아토피피부염 이외에도 제2형 염증으로 인해 발병하는 천식, 호산구성 식도염,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비부비동염 등에서도 치료 대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제2형 염증 기전이 유전적 요인과도 관련이 깊다고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인종에 따라서도 발병이 다르게 나타나는지.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문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시아에서 발표되는 아토피피부염 연구들에서 비슷한 경향이 확인된다. 중국의 한 연구에서는 전체 성인 인구에서의 10%, 소아 중에서는 20%까지 아토피피부염이 발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환자들에서도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현재 뉴욕 지역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도 아시아계 환자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반면, 아시아인에서는 아토피피부염보다 건선의 유병률이 낮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아시아인, 특히 소아에서 아토피피부염 발병률이 높다고 했는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치료할 때 따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 행진'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생후 6개월에서 첫돌을 맞은 소아에게서 아토피피부염이 시작되는데, 이들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이후 식품 알레르기, 천식, 계절성 알레르기 질환들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발병하곤 한다. 이러한 연쇄적인 질환의 발생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알레르기 행진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질환을 예방하고 대처한다면 이후 발병하는 다른 질환들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접근은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 체계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갖는 접근이다.

-그렇다면 최근 개발된 '듀피젠트'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인가.

미국에서는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듀피젠트가 이미 승인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9년 전 듀피젠트의 임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임상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으며, 지금까지 듀피젠트로 직접 진료한 환자들만 해도 1,000여명에 이른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보호자들은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특히 우려하는데, 대부분 현재까지 큰 안전성 이슈가 없었던 듀피젠트의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안심하고 치료를 결정한다. 잘 아시다시피 FDA 승인은 상당히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듀피젠트는 사후 모니터링에 대한 의무조건 없이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로서 안전성이 높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건선에서 사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투여 전후 혈액검사 등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면역매개 질환 중 하나인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뉴욕은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들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치료제로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해야 하는지 더욱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이와 관련해 최근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는 한 레지스트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신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들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기획됐다. 본 연구가 진행되던 당시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코로나19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의 종류가 IL-4, IL-5, IL-13 등 Th2 사이토카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Th2 세포를 표적하는 치료제를 사용한다면 코로나19 치료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 것이다.

듀피젠트의 경우에는 사이토카인 폭풍에 관여하는 Th2 경로를 억제하지만 감염증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Th1 경로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가 확보한 약 1,500여명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중 듀피젠트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경증의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던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입원을 해야 할 만큼 상태가 악화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결과적으로 현 시국에서는 Th2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한 접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토피피부염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 연구들에 기반해 향후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을 전망하고 조언한다면.

아토피피부염의 정확한 진단 부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영유아의 경우 조직검사를 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침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게 됐고, 이를 위해 진행한 연구가 바로 '테이프 스트립(tape strip)'을 이용한 바이오마커 'NOS2'에 관한 연구다. 해당 연구의 목표는 NOS2와 관련된 단일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아토피피부염과 건선을 구분해내는 것이다. 똑같은 피부질환이더라도 NOS2 수치가 건선 환자에서는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반면,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는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바이오마커 후보군이라고 생각했다. 향후 이러한 검사법이 실제 적용 가능해진다면 육안으로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을 식별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아주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피부과 전문의들의 다양한 아토피피부염 관련 성공적인 치료 경험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ADQoC(Atopic Dermatitis Quality of Care) 조사도 의미 있는 연구였다. ADQoC 조사를 위해 이스라엘, 유럽, 남미 등 전세계 아토피피부염 전문센터들을 방문해 의료진들에게 아토피피부염의 진단 및 치료 등 질환을 관리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정리했다. 실제 진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환자들이 치료에 참여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질환 교육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ADQoC를 진행하면서 여러 아토피피부염 전문센터들의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를 통해서 효과적인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서는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알레르기 전문의를 비롯해 심리상담을 위한 정신과 전문의의 참여 또한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아울러 환자와 보호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함께 상의할 수 있는 환우회의 존재도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같은 질환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다른 많은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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