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심부전 등 TAVI 대상 환자군 확대…“1, 2년 내 시험 결과 공개”
"선별급여 적용은 문제…3000만원, 고령 환자가 부담하기 버거워”

“저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RTNER 3 임상시험에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 대비 1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재입원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이는 TAVI 시술의 편의성과 치료적 혜택이 저위험군 환자에서도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심장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심장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20일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가 주최한 에드워즈 사피엔 국내 출시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TAVI 시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TAVI군과 SAVR군을 무작위 배정해 시술 1년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재입원율을 비교한 PARTNER 3 임상 결과, 1년째 주요 심장 사건의 발생률은 TAVI군이 8.5%, SAVR군이 15.1%로 나타났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덕우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통상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 75~85세에서 자주 발생한다”며 “특히, 3대 증상인 호흡곤란, 흉통, 실신이 나타나면 환자들의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기존의 관찰연구에서 보면 2년 평균 생존율이 5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경우 약물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판막 교체가 필수적이다. 치료 방법은 가슴을 열고 판막을 교체하는 SAVR과 카테터를 동맥에 삽입해 기존 판막 부위를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TAVI 시술로 나뉜다.

박 교수는 “SAVR는 가슴을 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잠시 심장을 멈추고 석회화 된 부분을 걷어내야 하는 큰 수술”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잘 견디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는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한 시술이 TAVI 시술”이라고 말했다.

201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TAVI 시술은 현재 시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 교수도 “10년 동안 케이스가 상당히 늘었다. 국내 케이스가 3000례 이상인 데다 40개 이상 센터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TAVI 시술이 기술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거치며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전신마취를 하고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 삽관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 불필요하다”며 “시술시간도 60분 이하로 줄고 시술 후 중환자실에서 1일 관찰 후 퇴원이 가능하다. 인공판막이 점점 얇아져 혈관합병증이나 퇴원시간 등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 73세 환자가 TAVI 시술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에게로까지 대상 환자군이 확대된 상태다. 이밖에도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1000명 무작위 임상시험과 심부전이 동반된 중등도 환자에 대한 시험도 진행 중이다. 두 시험 모두 1, 2년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는 “상대적으로 기대 수명이 더 긴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에도 인공판막 내구성 문제가 없다. 한 번 더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5년이 되면 증상이 있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무조건 TAVI로 가게 돼 있다”며 TAVI 시술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날 박 교수는 과거 자신의 첫 TAVI 시술 경험 이외에도 그간 사피엔을 활용해 온 삼첨판·이첨판 대동맥판막 협착증 TAVI 시술 사례를 열거하며 TAVI 시술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시술에 앞서 CT촬영으로 대동맥 환형 매개 변수 등을 미리 측정한다. 판막 사이즈를 선정할 때 0~15% 정도 넓게 선정하는데 이는 석회화 정도에 따라 다르다. 석회화 정도가 심할수록 크기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사피엔은 이에 따른 사이즈 조절이 자유로운 게 장점”이라고도 했다.

더 나아가 “요즘은 밸브 인 밸브(valve in valve) 시술도 있다. 86세 환자였는데 과거 SAVR 수술을 받았고 대동맥판막 폐쇄부전이 있었다”며 “먼저 수술해 놓은 판막 안에다 프레임을 넣으면 된다. (방식이 같으니)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삶의 질'을 이유로 기계판막 대비 조직판막을 최선의 선택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65세 이하면 무조건 기계판막을 선택했지만 그때는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았다. 기계판막으로 교체하면 출혈을 조심해야 하고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TAVI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못박았다.

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TAVI 시술 보편화 및 건강보험 급여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TAVI 시술 보편화를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박승정 교수는 “조심스러운 문제”라면서도 “미국의 MD앤더슨 병원처럼 특수 의술은 특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이 경험을 하고 실습을 해서 시술 퀄리티가 적정 레벨까지 오르는데 시간이 걸린다. 또, 가령 1년에 50례를 해야 퀄리티가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작은 병원에서 그게 유지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환자 입장에서도 그러한 퀄리티의 시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덕우 교수는 타비 시술 시 문제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96세, 97세분들도 시술 후 3, 4일이면 퇴원 한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한 시간 내에 시술을 마치기 때문에 동반 질환이 있다 하더라도 큰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TAVI 시술과 관련해 건강보험 급여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이 몇 년간 논의했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TAVI 시술 건강보험 급여는 선별급여로, 국가가 시술 비용의 20%를, 환자가 나머지 80%를 부담하게 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부담하는 액수는 약 3,200만원이다.

박 교수는 “상식적으로 가족을 동반하지 않으면 고령 환자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라며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 일본처럼 국가에서 100%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건강보험재정, 흉부외과 저항, 심평원 정책 등 다양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5년간 노력을 했지만 아직이다. 분위기는 바뀌는 추세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직 정확치 않다”고 답했다.

한편, 내년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새로운 인공판막 ‘사피엔3 울트라’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 THV팀 우상길 부장은 “그간 밸브와 풍선이 분리돼 있어 판막을 위치 시키기 전 이를 나란히 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울트라 제품의 경우 처음부터 풍선위에 밸브가 얹혀 있어 이러한 과정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웃터 스커트(Outer Skirt) 우븐 방식을 다르게 해 판막 주위의 출혈 가능성을 더 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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