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디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시력 측정…규제샌드박스 통해 상용화 길 열려

경기도 양평의 한 보육시설. 이곳에서 지내는 김모군은 요즘 잘 때도 안경을 끼고 잔다. 그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표현을 잘 못했던 터라 김 군의 상태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김 군의 상태는 픽셀디스플레이가 지난 3월 봉사활동으로 보육시설을 찾았을 때 비로소 발견됐다. 픽셀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모바일 안구 굴절 검사 애플리케이션(앱) '키즈옵터(KIZOPTER)' 덕택이다.

키즈옵터는 스마트폰 플래시 라이트를 눈에 주사한 후 안구 반사 원리를 이용해 굴절 이상이나 안 질환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다. 이 앱으로 김군의 시력 검사를 했더니 원시와 난시가 모두 심하게 나온 것. 실제 안과에서 측정 결과 김 군의 난시도수는 좌우 각각 CYL -3.50, -3.00으로 측정됐다.

픽셀디스플레이 자원봉사로 시력교정을 하게 된 김모군 (사진: 픽셀디스플레이)

영유아의 경우 난시와 원시를 방치하면 약시로 이어질 수 있다. 4살 전에 시력교정을 하면 95%를 예방할 수 있지만, 시력 발달이 끝난 8살 이후에는 23%로 예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김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늦지 않게 시력을 교정할 수 있었다.

픽셀디스플레이 권태현 대표는 본지와의 만나 "우리가 개발한 시력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김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말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회사가 앱으로 쉽고 간편하게 영유아 시력을 측정할 수 있는 키즈옵터를 개발한 지 약 3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 등을 시도한 끝에 사업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올 초에는 인도에도 문을 두드려 필드테스트를 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필드테스트는 인도의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권 대표는 "인도는 사립학교의 경우 보건소가 아닌 사기업에서 정기적으로 아이들 신체검사를 나온다. 인도 방갈로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하는 기관에서 키즈옵터 필드테스트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년에 약 18만명의 아이들의 신체 검사에서 시력검사가 가장 문제로 꼽혔다. 시력표가 정확하지 않고, 눈 굴절 상태를 파악할 기기들은 비싸고 무거워서 사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4살 이전의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시력검사를 아예 안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던 중 픽셀디스플레이의 키즈옵터가 눈에 들어온 것. 키즈옵터는 휴대폰만으로도 손쉽게 검사가 가능하다.

권 대표는 "인도 기관에서 키즈옵터를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해 현재 학교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인도는 학교마다 시설이 천차만별이어서 열악할 경우 창문도 없고, 맨바닥에서 공부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에서도 키즈옵터를 통해 검사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사립학교에서 키즈옵터 필드테스트 중인 픽셀디스플레이(사진: 픽셀디스플레이)

권 대표는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이유로 "인도는 한국과 비슷하게 인터넷망이 잘 깔려있어서 어느 지역에서도 키즈옵터를 사용할 수 있고, 인구분포도를 보면 20~30대가 가장 많아 영유아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픽셀디스플레이는 최근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고, 인도에서 사업이 확실시되면 인도네시아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가장 진입장벽이 높았던 곳은 한국이다. 국내 의료기기 승인까지 마쳤지만, 사업초기 불법의료행위 및 원격의료에 해당한다는 담당자 말에 몇년간 B2C 사업을 시작도 하지 못했던 것.

그런데 최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상용화 길이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지난달 1일 픽셀디스플레이가 신청한 키즈옵터 서비스에 대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안구 굴절검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개인 또는 가정 내에서 아동의 보호자가 스스로 키즈옵터를 활용하여 가족인 자녀를 대상으로 안구 굴절검사는 현행 의료법상 규제가 없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에 회사는 본격적인 앱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키즈옵터는 세상에 필요한 기술이며 우리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회에서 기초적인 안구검사도 받지 못하는 인구가 많고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그 문제는 더 심각하다. 키즈옵터가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해외로 나가야만 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픽셀의 해외진출을 또한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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