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거의 현실화됐다. 고령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기동성 손실과 독립성 저하의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60세 이상부터는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떨어져 활동성이 감소하므로 향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낙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인한 장애 및 사망의 주요 부담을 겪게 된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대표적인 사례다. 골다공증 골절은 치료비용 부담 및 돌봄 노동력을 가중시켜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퇴골, 척추, 손목 골절
만성콩팥병이 진행되어 말기신부전이 되면 신대체요법(투석치료 또는 신장이식)을 받게 된다. 이식을 받지 못하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하게 되는데, 투석은 환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대한신장학회에서는 투석의 유형을 결정할 때 환자의 의학적 상태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방식이나 건강 등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를 검토하여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상의해서 공동으로 투석 방법을 결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현재 국내 투석 환자 중 혈액투석을 선택하는 비율이 복막투석보다 현저히 높은데, 투석 유형 결정 시 환자들이 복막투석의 다양한 장점에 대해
상처 부위 반창고를 붙이고 난 뒤 해당 부위가 피부 자극으로 빨갛게 부풀어 오르거나 레이저 시술 또는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피부가 쓸리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접촉성 피부염. 이런 가벼운 접촉성 피부염은 병원을 찾기보다 스스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자가 치료를 하고자 할 때, 로션을 바를지, 상처 치료 연고를 써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적잖다. 그렇다면 이런 접촉성 피부염 등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치료법은 무엇일까.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의 인기코너인 ‘언니네 피부과’에 출연한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올해 한국의 노령화지수가 152.0을 기록했다. 이는 14세 이하 유소년 100명 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152명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더 자세히 들여다볼 부분은 노인 인구의 건강 상태다. 건강한 노인 인구와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은 천양지차다. 대표적인 노인 질환 ‘골다공증’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제1 과제는 바로 노인 ‘부양 부담’의 쓰나미를 야기할 수 있는 골다공증 골절을 막아내는 것이다.골다공증은 고령 인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연령 관련
지난 2020년 1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인류는 백신과 치료제로 반격을 준비했다. 변이를 거듭하며 나타난 오미크론은 인후두부 감염으로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았다. 이에 정부는 정면 돌파로 코로나19 대응책을 변경했다. 코로나19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하며 거리 두기 완화와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했다. 짧지만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 사람들을 만나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자영업자도 오랜 불황을 마감하는 듯 기지개를 켰다.아뿔싸. 코로나19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무더위가 시작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매우 공격적인 진행 양상을 보이며, 재발 역시 잦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성인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5.5%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재발의 강력한 예측 인자인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을 치료하는 것이다. 미세잔존질환은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도 완전관해 도달 후 미세잔존
지난 7일 오후 회진 준비를 하던 중 메시지를 받았다. ‘흉부외과의사 연봉이 의사 중 최고, 평균 4억7,000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의 첫머리부터 이해 안되는 문구였다. 장난하나? 흉부외과 의사가 번아웃 직전이고 기피과인데다 박봉에 시달리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기사를 찬찬히 보았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기사였다. 흉부외과 의사가 전체 의사 중에 가장 많은 돈을 벌고 그 금액이 4억7,000만원이라고 기사는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오후 회진을 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 교수에게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전세계를 고통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변화와 혁신을 불러왔다. 특히 바이오헬스산업은 펜데믹 이후 2020년 기준 전년대비 54% 수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세를 보였던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품목 등 관련 분야에서 기존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산업 전반에 걸쳐 다소의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선 바이오헬스가 저성장 추세
올해는 2003년 5월 우리나라에 ‘의료기기법’이 만들어진지 꼭 19년째가 되는 해다. 해마다 의료기기산업 분야의 발전을 보아왔지만 최근 2년은 의료기기의 국가적 ‘보건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느낀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건강과 일상, 경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는데 진단이 첫 번째 솔루션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폭발적 진단검사의 수요와 관심은 기술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게 했으며, 과학과 바이오 인재들이 의료기기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디
의료기기법이 2003년 제정되고 이듬해 시행된 이후 의료기기산업은 변화무쌍한 변혁을 이루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로봇, 기타 첨단과학기술 등 흔히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의 호환성 및 활용성이 높음에 따라 수많은 후속 연구그룹의 생성과 타산업의 핵심인재들이 유입되는 현황이다. 대내외 의료기기산업의 환경 변화는 점차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예방 그리고 다채로운 치료 옵션을 추가하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환자 맞춤 및 표적치료를 행할 수 있는 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지난해 11월 25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혁신의료기술의 선별급여 및 한시적 비급여를 통한 건강보험의 적용방안에 대한 원칙이 발표됐다. 올해 1월 28일에는 선진입 가능한 의료기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공포됐다.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적용 대상과 적용 기간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런 의료기술(이른바, 선진입 허용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의 시행에 발맞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 ‘
헬스케어는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하며,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2025년 세계 보건산업 시장은 3,148조로 전망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5년 504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27년에는 155조,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90조로 지속 증가될 전망이다. 원격의료는 2002년 의료진 간의 협진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됐다. 2019년 강원도 원격의료 특구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2020년 코로나로 전화상담과 처방 등이 한시적 허용됐다. 2020년 식약처의 허가를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각하다. 만성질환을 보는 내과는 더 심각하다. 이미 들어와 있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신환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이다. 다니는 환자를 두세 달 만에 재방문시키려고 예약을 잡아주려고 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한 타임에 시간을 늘리고 늘려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5시간 진료를 해도 3분씩이면 100명이다. 5분씩이면 60명이다. 상담하고 진료 차트 작성하고 처방/오더 내고 하면 정신이 없다. 그래서 서울 지역 여러 대형병원에서는 차트 작성 관련 일을 해주는 직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 심지어
명칭 : 2022두산연강학술상 - 의학논문부문주관 : 신문 청년의사후원 : 두산연강재단시상내역 : 상패 및 상금 3,000만원응모 대상 및 자격- 의학분야 논문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의사면허 소지자가 제1저자인 논문이어야 합니다.- 전년도(2021년) 5월부터 당해 연도(2022년) 4월 사이에 발행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눈문이어야 합니다.- 제1저자의 연령은 해당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발행일 기준으로 만 45세 미만이어야 합니다.- 지원논문에 대한 최근 3년 간 수상 경력 표기응모방법- 학술지에 게재된 해당 논문의 PDF파
마치 경고 하듯이, P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내게 말하였다.“내가 먹고 토하는 건, 선생님이 생각하는 단순한 다이어트 강박 때문이 아니에요.”나는 식이장애 환자들의 날 선 태도에 꽤나 익숙한 편이었지만, 처음 만난 날부터 P의 얼굴에는 예사롭지 않은 저항감이 서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식이장애를 단지 지나친 다이어트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식이장애는 트라우마의 용광로라고 할 만큼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상처들과 연관이 깊다. 그래서 나는 순순히 P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먼저 폭식 구토 증상을 완화시킨 뒤에 다른 복잡한 문제
2022년 1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지침' 개정을 맞닥뜨린 산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고가 항암제 급여 적용을 둘러싼 지불제도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며, 지불 모형이 개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하지만 정부가 사전 예고 없이 지침 개정을 통해 치료재료 포괄영역 구분기준을 변경하리란 건 의료기기산업계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달라진 치료재료 보상방식에 대한 요양기관 문의를 대응하기에 지불모형의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시범사업 지침
1."선생님, 어제 사망진단서 세장이나 작성하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아침 컨퍼런스에서 충혈 된 눈으로 전날 환자들을 말한다. 세 번 사망 선언하고, 사망진단서세장에 서명해야만 하는 상황을 담담히 말씀하신다. 낮 시간에 작업 도중 높은 건물에서 추락한 환자, 스스로 목숨 끊은 환자. 마지막 사망진단서는 새벽 1시에 한 생명을 마무리하는 도장이 찍혀나갔다. 오토바이 사고로 가슴, 배에 피가 나 수술 중 환자가 못 버티고 사망한 환자. 총 세 장 사망진단서에 면허번호와 사망 선언한 의사 서명이 적혀나갔다.나도 지금껏 수없이 많은 사망진
퇴근 후, 너른 백화점 안에서 여러 번 길을 헤매다 결국 안내도를 보고서야 유아동 코너를 찾을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분유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나풀대는 작은 옷들이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었다. 잠시 머뭇대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매장으로 들어갔다. 웃는 낯의 직원이 재빨리 따라붙었다. 선물, 이라고 입을 떼자마자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애기가 몇 개월이죠?”“36주 4일이요.”“아, 애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건가요?”“아뇨, 애기가 미숙아예요.”“어머, 그러시구나. 애기 엄마가 걱정이 많으시겠네요.”호들갑을 떠는 중년의 직원에게
한 통곡이 끝나면 새 울부짖음이 이어지는 정적 같은 시간이었다. 해안가 그물에 칭칭 걸린 채 아무런 미동도 없이 모래 위에 박혀 있는 거북이 사체를 본 순간. 저녁에 집에서 차를 마시다가 뉴스를 보았다. 제주도 비양도 인근 해안가에서 죽은 지 15일 정도 지난 것으로 파악된 푸른 바다거북이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거였다.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이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뉴스였다. 바닷가에 어지럽게 버려진 어획도구들, 여러 가지 덫이나 올가미, 주낙 자망 등에 걸린 거북이들에게 절망적인 장면들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는
수술장 상담실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었다. 상담실 문을 열면 아이 엄마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이의 수술이 시작된 지 벌써 세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문 너머 엄마의 표정이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다.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내가 먼저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한 달 전 외래에서 처음 마주친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의 훤칠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는 여느 장정 못지 않았지만 마스크 너머 드러난 앳된 얼굴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