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응급실 흉기 협박 사건에 '엄벌' 촉구하는 의료계
응급실 폭행 21% 늘었지만 "처벌 수위 낮은 게 대부분"
지난 11일 강릉에서 벌어진 응급실 흉기 협박 사건으로 의료계가 끓고 있다. 피해를 본 의료진이 이전에도 주취자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벌'로 응급실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며 "의료기관 내 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가중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하라"고 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의료기관 내 폭력 사항에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응급실은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이다. 의료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 눈구도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해자를 엄벌하라면서 "응급 상황에서 환자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이 위협받고 폭행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 종사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시설을 파괴·손상·점거한 경우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몇 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폭력은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가 폭행 등 피해를 본 사례가 지난 2021년 585건에서 2023년 707건으로 20.9% 증가했다.
의료계는 이 가운데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소수고 처벌 수위도 낮다고 본다. 폭행이 일어나도 의료진이 실제 상해를 입지 않았다면 처벌 근거도 없다. 응급의료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죄로 약식기소·명령에 그치기도 한다. 의료계가 '엄벌'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4월 수원지방법원은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간호사가 "팔을 주삿바늘로 수 회 찔렀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욕설을 하며 1시간가량 소란을 피우다 체포됐다. 재판부는 "응급의료 종사자의 의료행위는 엄격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A씨를 엄히 벌해야 마땅하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였고 1시간 내내 소란을 피운 것은 아닌 점" 등을 참작했다.
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 역시 응급실 의료진을 폭행한 B씨에게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고 약물 과다 복용 상태로 입원한 경위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처음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았다가 정식 재판으로 전환된 경우다. 폭행 당한 의료진이 "B씨를 용서하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앞선 사유를 들어 약식명령 벌금형 감액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월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다 체포된 C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1심)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죄질이 좋지 않고 이미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더라도 "(응급실에서) 행사한 위력과 응급의료 방해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봤다. C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한 점"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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