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
“서구에 비해 고위험군 비율 높아…PSA 검사 활성화 시급”
“타 암종 비해 늦은 급여 아쉬워…mHSPC에 완전급여 必”

국내 비뇨기암 발생 1위 질환인 전립선암은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환자 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남성호르몬 차단요법(ADT)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나, 대부분의 환자가 1~5년 후 거세저항성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호르몬 치료에도 암세포가 억제되지 않아 완치가 어렵다.

때문에 최근 의학계에서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CRPC)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HSPC)에서 조기에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RTA)를 활용한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가 바로 ‘엑스탄디(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다. 경구용 ARTA인 엑스탄디는 mHS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ARCHES 3상 연구에서 영상학적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61%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으며, 이에 다수의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에 ADT와의 병용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특히 엑스탄디는 2023년 11월 1일부터 국내에서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환자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2024년 6월에는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High-risk BCR nmHSPC)으로 적응증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를 만나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의 조기 치료 중요성, 엑스탄디 급여 확대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의 임상적 혜택, 그리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처방 양상 변화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

- 국내 전립선암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은 상당히 순한 암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매우 순한 암부터 생존을 위협하는 암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암종이다. 특히 한국의 전립선암 환자는 서구에 비해 고위험군 비율이 높다. 국내 전립선암은 발견 당시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으며, 같은 병기나 비슷한 특성을 가진 경우에도 악성도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첫 진단 시 전이가 있는 환자 비율이 10~15%인 반면, 미국은 5~6%에 불과하다.

- 최근 국내에서 40~50대 전립선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서구화된 식습관이다. 두 번째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가 이전보다 활성화되면서 질환이 발견되는 건수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PSA 검사 빈도로 보면 아직까지는 서구와 한국의 차이가 크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전립선암 위험군에서 PSA 검사를 대부분 2년에 한 번 정도 시행하지만, 우리나라는 평생 PSA 검사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 80% 정도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 병기에 따른 국내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은 어떻게 되나.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인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거의 99%이다. 하지만 전이가 있을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약 50%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이되기 전 빠르게 발견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PSA 검사 등을 이용한 조기 진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 국내에서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 엑스탄디가 급여 적용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먼저,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서 황체형성호르몬 방출 호르몬(LHRH) 작용제 등과 같은 ADT 단독 치료를 더 이상 권장하지 않는다.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RTA)와의 병용 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우리나라는 그간 보험 급여 문제 등으로 인해 ARTA 치료제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웠으나,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암 환자를 대상으로 엑스탄디가 급여 적용되면서 이제 국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표준 치료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전립선암은 호르몬 반응성 단계에서 병기가 거세저항성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치료 반응률이 떨어지고, 치료 방법과 상관없이 생존 기간을 길게 가져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첫 진단부터 호르몬 반응성 단계에서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전체 생존 기간을 좌우하게 된다.

이전에 호르몬 반응성 단계에서 ADT 단독요법만을 사용했을 때는 평균 16개월에서 18개월가량 지나면 거세저항성 단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엑스탄디와 같은 ARTA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그 기간이 적어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그만큼 생존기간도 길어지게 됐다.

- 작년에 확대된 엑스탄디의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 적응증과 관련해 ‘생화학적 재발(BCR)’의 의미와 적응증 확대 배경은 무엇인가.

생화학적 재발이란 완치를 목적으로 한 수술이나 방사선 등 1차 치료 이후에 영상 검사에서는 암세포가 보이지 않지만 PSA 검사 수치상으로는 재발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다.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은 연간 PSA 증가 속도가 0.75ng/mL 혹은 1ng/mL 이상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영상 검사상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 전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방사선 치료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단순히 호르몬 차단 요법만 하기보다는 엑스탄디와 같은 ARTA를 병용하면 전이 또는 거세저항성 단계로 가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EMBARK)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결과,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엑스탄디+ADT(류프로라이드) 병용 요법을 사용했을 때가 엑스탄디 단독요법 또는 ADT 단독요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등 더 좋은 예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임상 결과를 근거로 적응증이 확대되어 더 많은 국내 전립선암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실제 임상에서 엑스탄디는 주로 어떤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처방되나.

엑스탄디는 전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립선암 단계에서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옵션이기 때문에,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부터 생화학적 재발 이후 모든 전립선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으로 진단된 전이성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에서는 1차 치료로 권고되는 약 중 하나이고,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에서는 항암 치료 전후 기본적으로 사용 권고되는 치료제다. 또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에서는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옵션이다.

실제 처방 시 엑스탄디의 가장 큰 장점은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을 동반하거나 고령인 환자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큰 우려나 삶의 질 측면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에비던스 상 저위험군(Low Risk)이나 종양의 크기가 작은(Low Volume)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골반 임파절을 벗어난 복부 임파절이나 다른 부분의 임파절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엑스탄디를 썼을 때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 전립선암 치료제의 국내 보험급여 기준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전립선암에 사용되는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은 환자의 요구나 필요성에 비해 다른 암종보다 늦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치료제의 급여 여부는 환자 생존 및 삶의 질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치료가 어렵고 리스크가 높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에서 항암치료 전인 경우 엑스탄디는 선별급여가 적용된다. 다른 암종이라면 이 정도 병기에서는 대부분 완전 급여(필수 급여)가 정형화돼 있다. 더욱이 전립선암은 질환 특성상 고령이 많다 보니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환자도 상당히 있으므로 완전 급여가 필요해 보인다.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비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도 작년에 적응증이 확대되어 엑스탄디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급여 적용은 되지 않아 유일한 옵션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 국내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PSA 검사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제일 좋은 방법은 국가암검진사업에 PSA 검사가 포함되는 것이다. PSA 검사는 지금까지 나와있는 종양표지자(Tumor Mark) 중 가장 잘 정립되어 있고 활용도가 높다. 간단한 피 검사 한 번으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암검진사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우리나라나 아시아권은 미국 등의 서구에 비해 PSA 검사 비율이 떨어지다 보니, 첫 검사에서 이미 전이가 있는 상태로 진단되는 환자가 상당히 많다. 전립선암 또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치료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에서도 질환 조기 발견을 위해 PSA 검사가 꼭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전립선암 환자의 장기적 관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관리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전이가 있는 전립선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호르몬 억제 요법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 및 합병증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소 전립선암 단계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요실금, 발기 부전, 방사선 독성으로 인한 혈류 및 혈변 등 신체 기능적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긴 생존 기간을 고려하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 현재 대한의료로봇학회에서 회장을 맡고 계신데, 최근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대한의료로봇학회는 의료 로봇에 관심이 많은 의학자, 공학자를 비롯해 산업계의 다양한 분이 모인 다학제적 학회이다. 학회 내에서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의료 로봇을 개발하고 실제 상용화시킨 사례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데이터 기반의 수술 최적화 등 데이터 관련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데이터 플랫폼이나 수술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AI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의료 사태로 필수 의료 분야를 비롯한 의료 인력 부족이 더 심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과 협업하는 수술 환경 조성 등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게 계획되고 있다.

- 국내 전립선암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립선암은 적극적인 진단으로 조기에 발견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악성도가 높고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고 해도 의료진을 비롯한 의료 관계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내놓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꾸준히 치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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