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깜깜이 협상’과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공단 “제도 개선 중…‘환산지수 쪼개기’ 불가피”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을 앞두고 개원가가 나서서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해묵은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합리한 구조를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는 지적에도 당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개최한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에서는 “협상이라 부르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르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 패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부회장(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장)은 재정운영위원회와 공단의 무리한 요구로 “유형별 특성에 맞춰 더 합리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제도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면서 “첫 수가협상 이래 공단은 재정위에서 결정한 수가 인상분을 강요해 왔다. 협상이 결렬되면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정위도 문제라고 했다. “수가 협상 마지막 날 전까지 수가 인상분을 결정하지 않거나 공개를 미루니 공급자는 밴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깜깜이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30일까지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6시가 넘어야 구체적인 협상이 시작된다”며 “법적으로 31일 자정이 협상 기한이지만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좌 부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수가 협상을 단계별로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전체 공급자와 공단이 함께” 1차 협상으로 밴드를 정한 뒤 2차로 유형별 협상을 하자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환산지수 쪼개기 등 정부와 공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를 탈피해 “적어도 협상이 결렬됐을 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표결은 가입자와 공급자만 해야 한다. 복지부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을 대놓고 어겨가면서 갑질로 밀어붙이는 엉터리 협상은 중단돼야 한다. 해마다 상승하는 의료의 가치와 진료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는 계약이 돼야 한다”면서 “공단도 재정위 월권을 차단하고 자체적인 권한으로 수가협상에 임해 달라. 복지부는 이 비정상적인 수가협상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일부 공감하나 ‘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공단 박종헌 급여관리실장은 “과거에 밴드를 결정하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SGR 모형은 유형별 순위와 격차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전체 밴드를 결정하는 모델은 아니다. SGR 계산 결과 인상률과 실제 인상률 간 차이가 매우 컸다”면서 “이번에는 과거처럼 맞지 않는 모델이 아니라 현실에 가장 가까운 모델을 만들고자 SGR 모형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 이를 통해 SGR 모형을 실제 밴드 결정의 근거로 세워보고자 한다”고 했다.
‘환산지수 쪼개기’ 지적에는 “기본적인 국가 의료 정책 방향은 수술·처치·응급·분만 등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부분에 재정이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대로 100% 보상하는 방안이 합리적인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특정 분야는 100%를 훨씬 넘어선다”고 했다. 따라서 “재정이 우선 필요한 영역과 전체적인 국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내린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고 하나 관련 법 절차를 따르고 있다. 재정위 역할도 법상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면서 “재정위는 실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가입자가 포함돼 있다. 공단으로서는 재정위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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