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은 이질적 질환…맞춤형 치료 위한 약제 선택권 넓어져”
두필루맙서 린버크 교체 시 증상 개선 확인…청소년 치료 옵션도 확대
동종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 필요성 언급도…“계열 내 작용 기전 달라”

지난 7일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애브비 린버크 아토피피부염 최신 지견 및 치료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경북대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애브비 린버크 아토피피부염 최신 지견 및 치료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경북대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달부터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 간 교체투여가 급여로 인정됨에 따라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등 JAK 억제제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국애브비는 지난 7일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린버크의 최신 임상연구 및 최근 변경된 아토피피부염 보험급여 기준에 따른 치료 전망을 공유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 경북대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연자로 참석했다.

한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매우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면역 질환으로, 소아에서는 10%, 성인에서도 3% 정도 유병률이 관찰된다”며 “최근에는 성인 환자 중 4명 중 1명이 성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토피피부염의 환자 부담은 상당하다. 매일 가려움을 경험하는 환자가 85%에 달하며, 중증 또는 견디기 힘든 수준의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61%에 이른다. 특히 하루 24시간 중 18시간 동안 가려움을 느끼는 환자가 40%가 넘으며, 통증이나 불편감도 77%의 환자가 호소한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삶의 질은 뇌성마비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중등증이나 중증 환자에서 우울 점수나 불안 점수가 경증 환자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이질성’인데 환자마다 중증도, 발병 부위, 혈액 검사 수치, 가려움증이나 수면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또 나이에 따라 병변이 다르게 나타나며, 인종에 따라서도 아토피피부염에 관여하는 면역 반응에 차이가 있어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

교체투여 인정으로 치료 환경 변화…다양한 치료제 선택권 확대

현재 국내에서 중등증-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는 ▲생물학적제제 3종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아트랄자(성분명 트랄로키누맙)’, ‘엡글리스(성분명 레브리키주맙)’ ▲JAK 억제제 3종 린버크,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가 허가를 받았다.

과거 급여 기준에서는 중등증-중증 환자가 한 가지 약제를 선택한 후에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어도 다른 약물로 교체투여가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처음 약재를 선택할 때 가장 비싼 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고, 주로 최초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를 선택했다. 그러나 아토피피부염 환자 3명 중 1명은 효과 부족으로 약재 중단 또는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와 환자단체 등의 노력으로 3월 1일부터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를 사용하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다른 계열 약물로의 교체투여가 급여로 인정되게 됐다.

구체적으로 ▲생물학적 제제 또는 JAK 억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투약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 JAK 억제제 또는 생물학적 제제로 교체 투여 시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교체한 약제는 최소 6개월 투여 유지가 권고되며, 동일 계열(JAK억제제 간, 생물학적제제 간) 내 교체투여는 아직 인정되지 않는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 발표 모습.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 발표 모습.

“린버크, 두 가지 용량 제형 통해 유연한 치료 접근 가능”

장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JAK 억제제인 린버크의 효과를 강조했다. JAK 억제제는 다양한 사이토카인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여 광범위한 염증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타입 2 염증반응(IL-4, IL-13)뿐만 아니라 Th22, Th17, Th1 등 복합적인 면역 경로가 관여하는데, 특히 한국인 환자들에게서는 IL-17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여러 염증 경로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JAK 억제제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특히, 린버크는 15mg과 30mg 두 가지 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장 교수는 “초기에 심한 환자에게 30mg 고용량으로 적극적인 치료(hit hard and early)를 시작하고, 안정화된 후에는 15mg으로 유지하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 연구(Heads Up)에서 린버크는 두피루맙보다 타입 2 염증반응뿐만 아니라 Th22, Th1도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며, EASI 90이나 WP-NRS 0/1 도달률에서도 6주차에 더 빠른 효과를 보였다.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린버크 30mg이 기존 약제 중 16주까지 EASI 90이나 IGA 0-1 달성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필루맙 300mg 투여 24주 후 린버크 30mg으로 교체 투여한 환자의 90.0%가 린버크 치료 16주차(총 40주차)에 EASI 90을 달성했으며, 56.1%는 WP-NRS 0/1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듀피젠트를 사용하고 얼굴과 목에 홍반이 생겨 고통받던 환자들이 린버크로 교체 후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며 “듀피젠트 사용 후 건선양 발진이 생긴 환자와 결막 충혈이 지속되어 안과를 계속 다니는 환자들도 이제 린버크로 교체투여를 통해 부작용 없이 치료받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환자 치료 옵션 확대…사회경제적 악순환 방지 기대

이번 교체투여 급여 확대와 함께 최근 ‘린버크 30mg’이 청소년 적응증을 추가 획득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는 “청소년 시기는 제2형 염증 반응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가려움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학업 집중력이 떨어지고, 성장 발달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학력 수준 저하로 이어져 경제적 수준까지 영향을 받는 ‘사회경제적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청소년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17세 여성 환자의 경우, 손, 발, 접히는 부위의 아토피피부염이 린버크 치료로 뚜렷하게 호전됐다”며 “초기에 여드름 부작용이 나타났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개선됐고, 환자들은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호전된 것에 만족해 여드름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에서 2~12세 소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더 어린 연령층에서도 치료 옵션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 환자 특성에 맞는 선택이 중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두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중 어떤 약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생물학적제제는 특정 사이토카인을 타깃으로 하는 반면, JAK 억제제는 다양한 사이토카인 경로를 차단한다.

장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6개월 이상 영아,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 악성 종양 병력이 있는 환자, 노인, 알레르기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 장기적 안전성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JAK 억제제는 심한 가려움증이 있거나 초기에 빠르게 증상 개선이 필요한 환자, 얼굴, 손목 등 노출 부위 개선이 필요한 환자, 다양한 면역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는 생물학적제제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비교적 젊은 층이라 임상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을 많이 경험하지는 않으며, 최근 연구에서도 아토피 환자에서는 JAK 억제제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체투여 시의 JAK 억제제 근거 수준을 묻는 질문에 장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에서 JAK 억제제로 교체한 연구가 아직 많지 않아 근거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JAK 억제제가 나중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가 쌓이면 근거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교체투여 후 6개월 투여 권고와 관련해서는 “환자가 아토피피부염의 이질성 때문에 치료 효과가 지연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최소한의 평가 기간이 필요하며, 너무 자주 바꾸면 나중에 바꿀 약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종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도 데이터 쌓이면 가능할 것”

두 교수는 동종 계열 내 교체투여 급여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동일 계열이라고 해서 작용 기전이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두필루맙은 IL-4, IL-13 두 개의 사이토카인을 억제하지만, 아트랄자나 엡글리스는 IL-13 하나만 차단한다”며 “JAK 억제제도 JAK1 억제제가 있고, JAK1/3/TYK2 억제제 등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맞는 약이 다를 수 있어 계열 내 교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본지와 만난 장 교수는 향후 동종 계열 간 교체투여 급여 적용 가능성에 대해 “데이터만 쌓이면 가능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장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들은 최근에 아트랄자가 국내 급여 출시됐고, 엡글리스는 아직 급여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약제들 사이의 교체 투여에 대한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서 데이터가 쌓이면 (교체투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회에서도 데이터만 쌓이면 적극적으로 다시 건의해서 함께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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