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만찬 회동 두고 여당 입장 엇갈리기도
친한계 “발언기회 無”…친윤계 "기회 있었다"
당정 간 입장차 확인…“갈등 상황 인식 달라”
野, ‘빈손 만찬’ 비판…“밥만 먹고 끝날 만찬 왜 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저녁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지만 현안 논의 없는 '빈손 회담'으로 끝이났다. 빈손 회담에 대한 정치권 내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사진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저녁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지만 현안 논의 없는 '빈손 회담'으로 끝이났다. 빈손 회담에 대한 정치권 내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사진출처: 대통령실).

의정 갈등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지만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의료대란의 ‘의’자도 나오지 않은 ‘빈손’ 회담에 정치권 내에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회동 이야기다. 한 대표는 이날 만찬 직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신청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된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 현안 등이 거론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이 새롭게 구성된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 현안 이야기를 대화 의제로 올릴 수 없었다는 일부 참석자들의 상반된 반응이 이어지면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친한계로 불리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가 말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 (만찬회장에) 대통령이 6시 20분에서 30분 사이 오기로 돼 있었는데 6시 조금 넘어 왔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독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일찍 와서 잠깐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을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중 한 대표에게 별다른 발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독대 기회도) 전혀 없었고 최고위원 지도부가 새로 형성됐으니 의견이라도 물어보면 나름대로 민심 등에 대해 전달하려 했으나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발언 기회조차)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여정 갈등 상황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나 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은 의료개혁이니 밀고 가야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보수 정권의 상당한 지지자들인 의사들이 다시 끌려온다 하더라도 마음 속 원한을 갖고 다시 우리(국민의힘)에게 투표를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은 개혁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는데 자꾸 이야기 하는 것들에 대해 ‘버겁다’, ‘껄끄럽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상황 인식이 완전히 서로 다르다 보니 껄끄러운 부분들이 연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친한계로 알려진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산적한 현안들이 있고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독대는 아니더라도 현안에 대해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기회를 기대했지만 만찬만 하고 끝났다. 독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 입장은 엇갈렸다. 의료 현안을 충분히 대화 의제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 대표가 “안 꺼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야기 못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며 “한 대표가 바로 대통령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며 (의제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말도 못하게 막는 분위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 자리가 발언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본다”며 “(지도부) 출범을 축하하고 식사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 자리를 한 대표가)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독대 요청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오히려 독대 기회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대충 집작이 간다. 많은 부분은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도 맞다. 만천하에 독대 요청 한 게 공개 돼 있는데 잘 안 받아주면 대통령이 한 대표를 불신한다거나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비공개적으로 만나자고 했으면 신뢰관계가 쌓이는데 자꾸 (공개 독대 요청이) 반복되면서 결국 ‘나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그러느냐’는 오해가 쌓일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한 대표도 이 국면이 과연 좋은 일인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양쪽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윤상현 의원도 KBS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 나와 당정 간 만찬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는 식으로 평가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당 대표실과의 주파수가 너무 다른 것 같다.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 대해 뒷받침 해주며 그 속에서 추석 민심도 전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윤 의원은 만찬 이후 독대를 재요청한 것을 두고 “저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 대통령에 직접 문자나 전화를 드려 잠깐 뵙고 싶다고 하면 ‘들어와라, 빨리 보자’ 이렇게 쉽게 당정 관계가 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전화번호는 후보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연락하면) 다 받아준다. 그래서 가장 안타까운 게 이 대목”이라고도 했다.

이어 “당정 관계를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는지 (한 대표 주변인들이) 고민이 있어야 될 것 같다”며 “한 대표가 여의도 문법보다 국민 문법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나름의 여의도 문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野, ‘빈손 만찬’ 비판…독대 거절 당한 한 대표 “초라해”

야당에서도 ‘빈손 만찬’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너무 한가한 만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여 한가하게 밥이나 먹고 끝나는 만찬을 왜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거절당한 한 대표를 향해 “초라하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부산 금정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독대 못하는 집권 여당 대표의 뒷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며 “만찬은 예상대로 빈손이었다. 만찬 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사실상 밥만 먹고 끝났다. 장소도 애초부터 깊이 있는 대화도 힘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목숨이 위태로운데 한가롭게 만찬이나 챙길 때인가. 우리나라 대통령 맞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발언을 국민들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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