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신생아학회장 “정년 앞뒀지만 후대 없어…의료진 지원 必”
이병국 세종충남대 신생아중환자실장, "미숙아 본사업 시기 당겨야"
정부의 미숙아(이른둥이) 지원 대책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의료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바로 인력난 때문이다. 기피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 안에서도 고위험 신생아 분야는 더 열악하다. 후대 양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지금은 “어떻게든 버텨”도 미래가 없다는 게 현장 의사들의 지적이다.
대한신생아학회 박민수 회장(세브란스어린이병원 신생아과 박민수 교수)은 지난 19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주최한 ‘저출산 대응 미숙아 지속관리,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아기들을 진료하며 너무 힘들다. 3일에 한 번 당직을 서고 있다. 이대로는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없다. 지속가능한 의료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 당장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정상화까지) 몇 년 걸릴지 모른다”며 “(신생아 분야는) 순전히 안 하겠다고 한다. 지금 펠로우 몇 명 잡아 놓고 전공의 일을 시키고 있다. 펠로우들은 스스로를 전공의 5년차인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인턴도 없으니 동의서도 받으러 다녀야 한다. 솔직히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신생아나 소아에 대해 귀하다고는 하지만 말 뿐이다. 이들의 인권은 없다고 본다”며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은 어떻겠나. 몇 년 있으면 정년퇴임 하는데 후배들이 없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신생아 치료하는) 이 사람들은 지금 상황만 유지 되도 좋겠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을 유지한다는 것은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나마 아기들 (진료)보고 싶은 사람들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부터 잘 사는 모습을 보여야 되지 않겠나. 의료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으로 갈수록 이같은 의료 현실은 더 심각하다. 의사는 물론 미숙아 치료를 위한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숙아의 경우 성장한 이후에도 다양한 신체질환과 발달 지연을 겪을 위험이 높은 만큼 체계적인 추적진료를 포함한 통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체 출생 아동 중 10%에 달하는 미숙아들은 예상치 못한 이른 출생으로 다양한 질병과 성장 발달 지연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고위험 미숙아들의 경우 퇴원 이후에도 신체 성장과 발달이 원활하지 않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추적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현실이다.
이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퇴원한 고위험 미숙아에게 체계적인 추적진료를 제공해 건강한 성장 발달을 도모하고 미숙아 분만과 양육에 도움을 주고자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사업’(미숙아 지속관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본사업은 오는 2026년부터 전환될 예정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이병국 신생아중환자실장은 “4년 전 370g으로 태어난 아기는 족부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어 재활치료나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병원이 있던 곳에서도 소아정형외과나 소아재활의학과가 없어 재활치료를 받을 때마다 한 달에 1~2번씩 일을 쉬고 3~4시간 걸려 서울에 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보험제도의 특징은 ‘저부담 고보장’인데 반대로 지방에 있는 미숙아 또는 신생아들 관련 모든 것들이 다 부족하다. 아주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보장은 굉장히 적다”며 “신생아나 미숙아 지원 범위를 넓히고 본사업 시기를 당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세대 신생아 치료 의사로 꼽히는 이철 전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최근 9월에만 신생아 의사가 없어 산모들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만 2건이다. 지금 난임 부모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있는데 이들이 출산하면 대게 다태아 미숙아가 태어난다. 신생아까지 묶어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쓰고 있는 50조원 중 일부만 모자보건센터에 투자한다면 지방에 있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필수의료 분야인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 의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사 증원보다 국가에서 해 줘야 할 의료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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