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오건룡 자문위원 "전공의도 자유의지 있어"
"해외로 가겠다 협박 아닌 권리 박탈에 항의 뜻"

의사 해외 진출 방안을 다룬 사직 전공의는 그래도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청년의사).
의사 해외 진출 방안을 다룬 사직 전공의는 그래도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청년의사).

의료계가 의료 정책을 먼저 제안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대한의사협회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토론회에서는 의사의 해외 진출 방안도 다뤘다. 나라별로 외국 의사가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과 제한을 공유했다. 발표는 사직한 전공의가 맡았다.

그러나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사직 전공의는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좋다"고 했다. 해외로 떠나지 않고 여기서 수련을 마치고 의사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젊은 의사가 해외로 떠난다'고 "협박하고자 이 자리에 선 게 아니다"라고 했다.

사직 전공의인 의협 오건룡 자문위원은 26일 올특위가 개최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전국 의사 대토론회' 연자로 나서 의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다루며 이같이 말했다.

오 자문위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2년과 2023년 펴낸 '주요국 의료인 면허 및 의료기관 설립 관련 법률 안내서'를 바탕으로 18개국의 외국 의사 면허 인정 현황을 소개하고 미국과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4개국을 "실질적으로 젊은 의사가 진출하기 용이한 국가"로 꼽았다.

다만 이번에 의대 정원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의학 교육 질이 하락해 젊은 의사의 미국 도전까지 막힐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외국 의대 졸업자가 미국에서 수련받으려면 미국 의사면허시험 'USMLE' 관리 기관인 'ECFMG' 자격 검증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의학교육연맹(WFME) 인증 의대를 졸업해야 신청 자격이 부여된다. 한국 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평가로 그 자격을 갖추고 있다.

오 자문위원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 증원하는 의대가 의평원 주요변화 평가에서 인증 탈락할 경우 졸업생의 ECFMG 신청 자격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했다. 실제로 의대가 인증평가를 탈락하면 "ECFMG 신청 가능 기한은 2026년 2월 29일"이라는 설명이다.

오 자문위원은 "ECFMG에 문의한 결과 의대가 인증평가 탈락시 2027년도 이후 졸업 예정인 의대생은 USMLE에 응시하려면 2027년도 이전에 ECFMG 자격 검증 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설명을 마친 오 자문위원은 "발표 취지에 벗어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이번 발표가 "젊은 의사가 해외 진출 방안을 논한다며 정부를 협박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대신 "전공의도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 자문위원은 "그간 젊은 의사를 향한 수많은 망언이 있었고 사건이 벌어졌다. 치유 불가능한 상처가 늘어갔다. 의사가 아닌 친구들은 내게 '잘 지내느냐'고 묻는다. 사실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이 좋다"고 했다. 오 자문위원은 해당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악마화하는 일부 언론과 우리를 '귀중한 자원'으로 보는 기성세대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춘 인간이고 행복을 위해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지금 이를 박탈당하지 않고자 조용히 항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오늘 이 자리에 섰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오 자문위원은 젊은 의사 개인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청년의사).
오 자문위원은 젊은 의사 개인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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