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 의대생 1만467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공개
전공의 과정 필요하다 87.8→24.9%…해외서 의사 24.2%

정부는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늘어난 정원을 제대로 가르칠 교육 여건을 갖췄는지 평가할 시간도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이후 필수의료과 지원 의사가 있는 의대생의 수가 대폭 감소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인해 오히려 의대생들 사이에서 필수의료 분야 지원 기피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전국 의대생 1만4,676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응답은 8.28%에 불과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전에는 70.12%였던 필수의료 분야 지원 의사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설문에서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를 필수의료과로 분류해 지원 의사를 물었다. 이들 필수의료과를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답변은 72.57%로 늘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의대협 소속 의대생과 의전원생 총 1만8,348명 중 80% 정도가 참했다. 응답자 중 98.73%는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협에 따르면 전체 의대생 중 97.26%인 1만8,320명이 휴학계를 제출했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중 신입생은 3,163명이며 예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는 1만5,157명이다.

인턴을 포함한 전공의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의대생도 87.99%에서 24.89%로 줄었다. 반면 전문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41%였다.

한국보다 해외로 나가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는 응답은 늘었다. 정부 정책 발표 전에는 의대생의 93.77%가 한국에서 환자 진료 등 임상 활동에 종사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발표 후 26.28%로 줄었다. 반면 해외에서 환자를 진료하겠다는 응답은 1.42%에서 24.25%로 늘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이후 전문의 수련의 필수적이라 여기는 의대생과 필수의료 지원 의사가 있던 의대생 수가 대폭 감소했다(자료제공: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전면 백지화 이후 원점 재논의’를 꼽은 의대생은 98.81%였다. 반면 일부 대학이 자율조정해 줄어든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인 1,506명에 동의하는 의대생은 1.16%, 2,000명 증원을 수용하겠다는 이는 0.03%에 불과했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도 99.59%가 반대했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복잡성과 유기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원인을 잘못 파악한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대생의 97.25%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시행되면 의료시스템의 질 저하와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현 정국과 상관없이 ‘국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따라 의료시스템 위기가 도래했다’는 의견에도 96.64%가 공감했다.

정책 발표 전 한국에서의 임상 활동을 계획하고 있던 의대생들은 이후 해외에서의 임상·비임상 활동 등 다양한 진로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답했다(자료제공: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대생들은 앞으로 행보에 대해서는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의대생 중 96.24%가 ‘현 사안과 관련해 휴학에 준하는 행동에 대해 향후 행보를 결정해야 하는 이’로 의대생 자신을 꼽았다. 그 외 ‘의대 교육 관계자’는 1.19%, ‘정부·교육부 측 관계자’는 1.26%였다. 반면 선배 의사는 0.81%로 나타났다. 또한 의대협이 제시한 8대 대정부 요구안에는 99%를 넘는 의대생들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협은 "학생들은 현 정부의 의료 정책과 기대 효과에 큰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의료시스템 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며 원점에서부터 의료계 현장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들이 잘못된 정책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8대 대정부 요구안을 수용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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