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뇨 전문의 9명뿐…소아마취도 기피
소아외과의사연합, 적정 보상체계 마련 촉구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이런 저런 정책을 발표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표적인 분야가 ‘소아 외과’다. 불공정한 수가체계가 지속되면서 소아 수술을 전담할 의사도 사라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소아가 줄면서 소아 외과 분야가 정책에서도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26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속가능한 소아 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한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박성찬 간행이사는 ‘소아비뇨의학과 수가체계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성인 수술 대비 낮은 수가 ▲적용가능한 수가 코드 부재 ▲일관성 없는 삭감 기준 ▲소아 수술 관련 난이도 반영 한계 등을 소아비뇨 수가 체계 문제로 꼽았다. 소아비뇨 분야 전문의는 전국에 9명뿐이다.
박 이사는 “소아가 줄면서 수술 건수가 줄고 상대적으로 수가도 감소하면서 전공의 지원자도 줄 수밖에 없다”며 “병원에서도 수익 문제를 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인력 충원을) 고려하게 된다. 전국에 소아비뇨 전담 전문의가 9명인데 최근 1명이 개원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소아 수술은 난이도가 (수가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요도하열은 성형외과에서도 수술이 어려워 포기할 정도다. 기능적인 문제 때문에 비뇨의학과에서 대부분 수술하게 된다”며 “굉장히 복잡하지만 수술 수가는 단 4가지다. 수술을 따로따로 할 수도 없는데 (수가 청구를 하면) 다 삭감된다. 이게 현실”이라고 했다.
박 이사는 “소아 수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퍼레이터가 다 해야 한다. 힘들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별로 없다. 지금 수가를 올려도 열심히 한 이들에게 인센티브가 올라가진 않는다”며 “병원도 그런 불합리한 부분을 바꿔야 소아 수술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과인 이비인후과도 ‘소아’ 분야는 다르다. 소아 중증·희귀난치질환 대한 관심이 저하되면서 소아이비인후과 전문 인력 감소로 이어졌고, 힘든 수술 기피로 교육과 수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수도권 쏠림으로 소아이비인후과 질환 치료에 대한 지역 간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이상혁 학술이사는 ▲선천성 희귀난치 질환 ▲기도협착과 기관절재술 ▲기도나 주요혈관의 손상을 동반한 경부외상 ▲심경부감염 등 소아이비인후과 영역의 필수의료 분야는 더 심각하다고 했다.
이 학술이사는 “(이비인후과 중) 소아를 전문으로 표방하는 의사들이 거의 없다. 해외 소아이비인후과학회는 소아기도나 희귀난치 질환에 관련한 학술적인 관심과 노력을 50~60% 기울인다"며 "하지만 우리는 학술 프로그램에 관련 내용을 넣을 수가 없다. 힘든 수술도 다 하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교육도 안 되고 수련도 안 된다. 소아기도나 희귀난치 질환을 보는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이 학술이사는 “특히 소아기도질환은 상당히 중요하고 위중한 질환인데 지방은 인력이 더 없어서 전라권에는 1명도 없고 경상권에는 1명뿐”이라며 “소아기도질환 수술은 6~8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하는데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2~3명이다. 이에 비해 수가는 너무 낮다”고 말했다.
이 학술이사에 따르면 소아기도질환인 복잡후두협착증 수술(연골이식술)은 8시간 정도 걸리며 전문의 2~3명이 참여해야 한다. 수가는 103만8,646원이다.
이 학술이사는 “9시간 이상 소요되는 어려운 수술 수가가 이렇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8시간 수술방을 잡고 여러 사람이 일하는데 이런 수가를 받으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소아이비인후과는 외면당하고 있어 수술 하는 의사들이 상당한 상실감에 소명감마저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과인 마취통증의학과 중에서도 기피 영역으로 꼽히는 ‘소아 마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아외과 분야 수술을 위해 필수 소아마취 영역 유지를 위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충원과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소아마취학회 임병건 회장은 ▲수술 전 환자 평가 수가 신설 ▲온콜 수당 신설 ▲형사처벌 면책의 법제화 등의 정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소아마취는 중증, 응급환자 검사 후 최종 수술까지 신속히 진행되기 위한 필수분야”라며 “그러나 최근 전공의 집단 사직 상황의 어려운 의료 시국에서 소아외과와 소아마취 전문의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으며 촌각을 다투는 소아외과 수술들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붕괴 위기에 봉착한 소아외과와 소아마취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충분한 충원과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시행하는 필수의료 담당의사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구조를 강제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창립된 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7개 소아외과학회인 대한소아외과학회,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소아심장수술연구회,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관련기사
- 전공의 사직 장기화에 전문의도 대거 이탈…1451명 사직서 제출
- "지금 돌아와야 한다" 전공의 설득 나선 서울대병원 소청과
-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어떻게 진행될까?
- 환경변화로 늘어난 소아알레르기호흡기질환…정작 전문가는 줄어
- 무너진 ‘소아의료체계’…상급종합→아동병원 ‘쏠림 심화’
- 의료개혁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 이주영 의원 “구체적 계획 뭔가”
- 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정부 강압적인 대응 강력 항의”
- ‘기피’ 소아과, 해외선 '명성'…한국 대학병원 29곳 "세계 최고"
- '인기과 허울'에 가려진 소아외과계 현실 "일자리도 없다"
- "합리적 정책을 특권으로 왜곡…정부, 대화 흉내 끝내라"
- 건강보험 진료하면 손해인 의료 현실…“원가라도 보전하라”
- 수술실에서 마취과 의사가 사라진다…개원가로 ‘점진’ 이동
- 흔들리는 국립대어린이병원…"이대로면 정상 진료 어려워"
- [기획] 필수의료 선봉 소아심장외과 울리는 ‘이름없는 수술’들
- 소아외과 의사들 "고난도 수술 보상 강화 환영…중증도 평가도 개선되길"
- 1명, 2명, 6명…교수 은퇴하면 그대로 '끝'인 소아 외과 수술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