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들 집단휴진 규탄 집회…전국서 300명 모여
환자단체 대표들 "환자 위한다는 거짓말 그만두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대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대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환자단체들이 의료계를 향해 “환자 없이는 의사도 없다”며 집단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선 의료계 집단행동 와중에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가칭)‘재발방지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300명(경찰 추산)의 환자와 환자 가족이 모였다.

이들은 ‘집단휴진 철회하고 의료공백 해소하라’, ‘환자 없이 의사 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참석한 환자단체 대표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건 환자들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본인들이 피해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 피해는 전문의 자격와 의사 면허 취득이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며 “환자는 질병이 악화돼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 가해자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이며 가해자를 만든 것은 정부”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를 위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더이상 ‘환자를 위한다’는 말을 그만두고 솔직해지라. 정부는 정권 이념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고, 의료계는 의사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선 안 된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탁이 아닌 명령”이라며 “헌법과 의료법으로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특권을 준 것은 의사의 부모도, 의협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다. 이미 확정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사뿐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회장은 “의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환자를 살리겠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지 않았나. 환자를 살리겠다던 의사들이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으며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 의료진의 직장은 병원이며 고객은 환자다. 의사는 하루속히 병원으로 복귀하라. 의협 임현택 회장도 더 이상 의사를 선동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회장,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보호자인 김정애 씨(ⓒ청년의사).
(왼쪽부터)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회장,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보호자인 김정애 씨(ⓒ청년의사).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인 박하은 씨의 보호자인 김정애 씨도 “50년 같은 5개월이었다”며 의정갈등을 빌미로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잡지 말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의협 임 회장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며 “우리 환자들이 당신들의 자녀라도 이렇게 방관하고 입으로만 '죄송하다'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의정갈등에 환자 목숨이 볼모로 이용되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까지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문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나.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라. 옳고 그름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의협은 대토론이라는 명목으로 휴진할 수밖에 없다고만 하지 말고 전공의를 위해 당당하게 정부와 대화하라. 의정은 진솔한 대화에 나서라. 이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햇다.

환자들은 촉구문을 통해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무기한 휴진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발생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재발방지법 제정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들은 “그동안 우리는 전공의와 의대교수 모두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공의를 몰아붙였고, 의사들은 환자를 향해 ‘정부 탓을 해야지 왜 의사 탓을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고 했다.

이어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 사회는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돼선 안 된다.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대표들은 촉구문을 낭독하며 집단 휴진 철회와 '(가칭)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따(ⓒ청년의사).
환자단체 대표들은 촉구문을 낭독하며 집단 휴진 철회와 '(가칭)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따(ⓒ청년의사).

집회 후 환자단체장들은 국회 보건복지의료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을 방문해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안을 전달키로 했다. 또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의정갈등 이후 의사와 환자 간 신뢰도 변화 등을 조사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의사들이 파업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위헌 요소도 있기에 필수의료에 한정해 추진하고자 한다”며 “병원 노동조합이 파업할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필수업무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와 비슷한 내용을 의료법에 넣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향후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의원들도 방문할 것"이라며 "환자 대상 설문조사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1,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국회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자촉구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환자와 환자 보호자 3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청년의사).
이날 환자촉구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환자와 환자 보호자 3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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