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교수들, 현명한 자세 보여달라”
울산대 오연천 총장 “진료 차질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대 교수들 “이제와 이런 호소문 무슨 소용”

의대 교수들의 강경대응 움직임에 대학 총장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교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사진출처: ⓒ청년의사).
의대 교수들의 강경대응 움직임에 대학 총장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교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사진출처: ⓒ청년의사).

의대 교수들의 강경대응 움직임이 거세지자 대학 총장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감만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14일 의대생을 향해 “집단 수업거부는 학사 일정 차질을 빚어 개인의 학업성취와 학위 취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미래 의료 현장에도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며 주장을 펼쳐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립대총장협의회는 “전공의 집단사직은 이미 심각한 진료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 전임의와 의대 교수진 사직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진료 현장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극한 갈등을 극복하고 의료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교육자이자 의사로서 의대 교수들의 현명한 지혜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의학교육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출구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개혁 핵심은 질 높은 의학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와 임상교육 과정의 안정적 운영, 실습 기자재와 교수 인력 확보, 고도화된 임상실습 환경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2025년 예산 편성부터 의대 교육 환경 구비를 위한 예산 확보 계획과 실행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 의료계에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료계도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혁신과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로 서로 입장과 우려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울산대 오연천 총장도 지난 13일 울산의대 교수들을 향해 “의사 양성과 관련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진료와 의학교육 노력은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공감 영역을 넓히길 기대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 관련해 다른 입장을 추구하더라도 진료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대학과 병원을 창설한 아산 정주영 회장의 창학정신과 숭고한 인간애를 기억해 주시길 당부한다”며 “국민 생명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내적 자부심 토대 위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어려움을 앞서서 풀어나가는 성숙된 자세야말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총장들의 호소문에 의대 교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의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해 의료대란의 단초를 제공한 이들이 바로 대학 총장들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의대 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정원 신청결과, 대학들은 2025학년도 정원을 3,401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현 의대 정원인 3,058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당시 국립대 총장들은 당시 교육부에 현원의 2~3배 넘는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울산대도 기존 정원 40명에서 150명으로 3배가 넘는 정원을 신청했다.

A의대 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제 와서 이런 호소문이 무슨 소용인가. 의대 교수들이 정원 확대 반대 목소리를 낼 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았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다니 (총장이니)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B의대 교수도 “교수들은 단 한 번도 환자를 내팽개치고 진료를 보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교수들은 각자 자리에서 소명을 다 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호소문일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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