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배제하고 복지 치중된 커뮤니티 케어 개선돼야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간 단계에서 환자 케어
의료기관-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연계도 필요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를 위해서 의료와 돌봄을 함께하는 '요양의원'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를 통해 복지에 치우친 커뮤니티 케어에서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면 지역사회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난 19일 강기윤·허종식·이종성·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제안'이라는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층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도 10년 동안 42.4%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케어 선도 국가인 영국과, 일본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면서 의료가 배제돼 복지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소장은 "초고령화 사회는 고령층 의료비 증가로 인해 총의료비 급증이라는 파도가 몰려온다. 의료자원 효율성을 제고하는 강력한 정책이 없으면 이 파도가 모두 삼켜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소장은 "그러나 현재 정부 커뮤니티 케어 모델은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한 '탈 의료 탈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이미 영국과 일본의 지난 시스템에서 비용 효과가 높지 않다고 판단됐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 정책에는 의료 관련 내용은 '퇴원' 밖에 없다. 의료가 철저히 배제된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하려면 지역사회 일차의료 수준에서 의료와 돌봄이 함께 이뤄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칭)요양병원' 모델을 제안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간 수준에서 의사가 장기요양 환자를 돌보는 구조다.
우 소장은 "일차의료를 기반으로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일차 의료기관이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중추적으로 담당해 통합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며 "일본 개호의료원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가칭)요양의원' 제도 신설을 제안한다"고 했다.
우 소장은 "요양의원 의사는 고령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환자와 신뢰를 유지하며 예방적 의료를 하게 된다. 이들이 '건강 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시설과 인력, 장비 기준을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간 수준으로 완화해 의원급도 장기요양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통합 의료·돌봄 체계가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장현재 총무부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의사와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연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기관과 재가서비스 기관 연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 부회장은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왕진 의료를 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왕진 의료기관은 하고 싶어도 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른다"며 "장기요양보험으로 2등급을 받은 환자는 의사와 연계해야 한다. 이것 자체가 커뮤니티 케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요양보험에 소속한 재가복지센터와 방문진료(왕진) 의료기관을 연계하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케어가 이뤄진다.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은 물론 장기요양보험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커뮤니티 케어를 하기에 굉자히 좋은 조건을 갖췄다. 정부 정책 기관이 이를 연계할 방안을 고안하고 조절하면 커뮤니티 케어도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서 의료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의료 부분에서도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 방안도 찾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손호준 통합돌봄추진단장은 "탈 병원과 탈 시설 타겟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선도사업으로 경험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이를 병행하는 구조 마련도 어려웠다"면서 "올해로 사업 자체는 끝나지만 커뮤니티 케어는 우리가 가야 할 패러다임이다. 의료와 돌봄이 균형 있게 함께 갈 수 있는 방안과 이 두 축을 연계하는 방안에 방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손 단장은 "의료서비스를 비롯해 재가서비스도 더 확충해야 한다. 방문의료나 재택의료, 지역사회 일차의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돌봄에 대한 정부 역할이 더 필요하다"며 "지난 선도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확인하고 현장 검증과 고도화가 이뤄지도록 정부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