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동산병원 고객만족팀, '하이펙스 해운대'서 혁신 사례 공개
조직문화로 환자경험 내재화…"VOC 활성화, 불만 줄고 칭찬 늘어"

계명대동산병원 고객만족팀 이순연 파트장은 지난 14일 '하이펙스 2025 해운대'에서 환자경험평가 준비 과정을 공유했다(ⓒ청년의사).
계명대동산병원 고객만족팀 이순연 파트장은 지난 14일 '하이펙스 2025 해운대'에서 환자경험평가 준비 과정을 공유했다(ⓒ청년의사).

환자경험평가의 세계는 치열하다. 1등급을 둘러싼 경쟁은 대학 입시 못지않다.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병원 생존"이 여기 걸려 있다. 소수점 두 자리 단위까지 경합하며 오르내리는 순위에 울고 웃는다.

정답지를 찾는 발걸음도 분주하다. 새 건물, 전담 부서, 로봇과 디지털화에 상위권으로 가는 비결이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에 '1위 병원' 계명대동산병원이 내놓은 답은 '평범'하다. "공감과 존중을 바탕으로 성실하고 꾸준하게 병원 환경을 가꾸는 것"이다.

계명대동산병원은 4차 환자경험평가 전국 1위 병원이다. 지난 2017년 환자경험평가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은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기도 하다. 6개 전 영역 평균 점수 94.28점으로 상급종합병원 평균 86.13점을 8점 이상 웃돈다. 3차 평가와 비교해도 모든 영역에서 성적이 평균 3.59점 상승했다.

이런 성적표를 두고 계명대동산병원은 "공감과 존중", "성실함과 꾸준함"을 말한다. 단순히 '교과서를 기본으로 예·복습을 철저히 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소감이 아니다.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이 곧 "환자 눈높이에서 병원을 다시 보고, 환자가 체감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환자경험평가 순위로 드러난 것이다.

환자만 공감과 존중 대상이 아니다. 병원장부터 평직원까지 병원 모든 구성원이 환자경험평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 병원 고객만족팀 이순연 파트장이 지난 14일 해운대백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HiPex(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하이펙스) 2025 해운대'에서 원내 조직 문화를 강조한 이유다.

계명대동산병원은 좋은 환자경험을 "병원 내부 핵심 가치"로 삼았다. 환자경험이 특정 부서 업무가 아니라 "전 부서, 나아가 병원 전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선 경영진과 부서장에게 객관적 평가 지표를 제시해 환경 개선 지원 동력을 이끌어냈다. 원무부터 주차·이송·미화까지 전 직종이 참여하는 환자경험 가이드라인과 통합 응대 매뉴얼을 수립하고 "전 직원 교육으로 내재화"했다. 진료 부서는 교수와 전공의 대상 방문 교육을 추가했다. 매뉴얼이 변경되면 병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공유해 각 부서에 빠르게 적용했다.

'고객의소리(VOC)'를 활성화하고 상시평가 시스템도 도입했다. VOC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부서별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환자경험평가 준비를 "환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업무 효율화 과정"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 파트장은 "불만 사항이 들어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오히려 병원 곳곳에 VOC 접수 안내문을 게시했다. 퇴원 안내문과 함께 VOC 접수 안내문을 제공했다"면서 "VOC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진행할 때는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잘하는 부서를 북돋는 데 중점을 두고 서로 벤치마킹하도록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환자경험평가 지표 외에도 다양하게 확인됐다. 퇴원 절차에 VOC 접수를 추가한 이후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은 줄었고 '칭찬'은 2배 가까이 늘었다. "동산병원에 입원해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휴가)가 아니라 '병캉스(병원에서 보내는 휴가)'하고 간다"는 소감도 있었다.

이 파트장은 "전국에서 오직 '우리 병원만이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환자들은 삽화를 곁들인 수술동의서를 읽을 때, 수납 창구와 가까워진 대기 의자에 앉을 때, 회진 알림톡과 수술 알림톡을 받을 때 '이 병원은 어쩐지 따뜻하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수고와 노력이 누군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며 "환자경험평가가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시설이 노후하고 대단한 장비가 없다며 처음부터 포기할 이유는 없다. 아주 작은 지점부터 환자 눈높이에 맞춰 고치고 가꿔나가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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