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홀딩스, 바이오 투자 지주사로 공식 출범
고한승 미래사업기획단 단장, 바이오 신사업 핵심 축으로 부상
ADC 중심 플랫폼 투자…TPD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확대 전망
삼성이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신약 사업 행보에 나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했으나 자체 신약 R&D 경험은 제한적인 만큼, 초기 전략으로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투자 중심' 접근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룹 신성장동력 발굴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 고한승 단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을 이끈 고 단장이 바이오시밀러 기반에서 신약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삼성 바이오 전략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바이오 투자 지주사 출범…시밀러 기반 플랫폼에서 신약 기술로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별도 신설 법인을 통해 바이오 플랫폼 기술 개발 및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추진한다.
신설 법인은 다양한 모달리티를 겨냥한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후보물질 발굴 후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모델을 내세운다. 업계에서는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비롯한 모달리티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앞서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 출자한 2,400억 원 규모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신규 바이오 사업을 모색해 왔다.
해당 펀드는 2022년 유전자치료제 기업 재규어진테라피 투자를 시작으로, 센다 바이오사이언스(약물전달체), 아라리스 바이오테크·에임드바이오(ADC 신약개발), 브릭바이오·라투스바이오(유전자치료제), 아버 바이오테크놀로지(유전자편집) 등 9곳에 투자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RNA 및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 신약 개발 기업과 유전자편집 기술까지 포트폴리오가 확장된 상태다.
고한승, 삼성 바이오 사업의 키맨…투자·파트너십·미래 로드맵 주도
삼성에피스홀딩스 초대 대표는 김경아 사장이 맡았으나, 업계에서는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이 중장기 전략 방향을 조율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 사장이 시밀러 기반 안정적 사업 운영과 시장 확장을 담당한다면, 고 단장은 기술 투자, 신규 파트너십, 모달리티 전략 등 장기 로드맵 설계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종합기술연구원으로 삼성 그룹에 합류한 고한승 단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 멤버이자 1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후 지난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그룹 차원의 장기 성장 분야를 검토하는 조직으로, 내부적으로 10대 신사업 리스트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바이오가 핵심 축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한승 단장이 이재용 회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삼성 바이오 전략의 큰 방향을 잡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투자형 신약개발'로 리스크 분산…자본력 기반 접근
삼성이 신약 시장 진입 전략에서 '투자'를 앞세우는 배경에는 바이오 산업 특유의 고위험·장기투자 구조, 글로벌 경쟁 심화, 신규 신약개발 경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쌓은 제조·규제 대응 역량은 강점이나, 신약 R&D는 특성이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에 따라 검증된 기술과 인재를 외부에서 흡수하며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 중 LG와 SK가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온 반면, 삼성은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생산 인프라 중심 역량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그간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해 온 삼성의 신약 개발 초기 전략이 직접 연구개발보다 파트너십과 전략투자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지주사 체제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며, 자체 R&D보다는 유망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포스트 ADC' 모색…TPD 등 차세대 모달리티 확대 전망
삼성이 어떤 모달리티에 집중할지는 관심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과거 인투셀과 ADC 협업 경험이 있다. 다만 글로벌 ADC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후발 진입장벽도 높아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분야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이 ADC에만 머물지 않고 표적단백질분해제(TPD), RNA, 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TPD는 저분자 기반이면서 표적 확장성이 높아 글로벌 빅파마가 주목하는 분야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투자 방향을 고려하면 ADC와 TPD 외에도 RNA, 유전자치료제,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 설계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ADC는 이미 경쟁이 과열된 영역인 만큼, 삼성은 ADC를 발판으로 하되 TPD, RNA, 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중장기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