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스넥스랩 설립…홍성원 부사장 중심 신성장 축 본격화

삼성이 바이오 신성장 전략의 첫 무대로 '펩타이드 의약품'을 선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새로 출범한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자회사로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사 '에피스넥스랩(EPIS NexLab)'을 설립하며 펩타이드 기반 신약 플랫폼 사업에 본격 나선 것.

이번 신설법인은 단순한 연구 조직이 아닌 확장형 신약 플랫폼 기업을 표방한다. 특정 적응증이나 물질에 국한되지 않고 펩타이드 등 다수의 모달리티에 적용 가능한 핵심 기술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전략이다.

GLP-1 연 펩타이드 의약품…주도권 경쟁 뛰어들수 있을까

삼성이 펩타이드 의약품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펩타이드는 단백질과 저분자 화합물의 중간 영역에 위치해 약물 표적 특이성과 체내 안정성, 합성 용이성 모두를 일정 수준 충족시킬 수 있는 모달리티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계열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블록버스터로 부상하면서, 펩타이드 의약품의 기술적·사업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펩타이드의약품의 성장의 중심에는 비만과 당뇨 등을 타깃으로 하는 GLP-1 치료제가 있지만, 최근에는 항암, 면역, 희귀질환 등으로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삼성은 이같은 트렌드를 포착해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에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 포화상태고 현 시점에서 삼성은 새로운 모달리티에 도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펩타이드 의약품의 경우 항암 분야에서도 타겟만 잘 잡고, 개발 역량이 있는 인력 등만 흡수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모달리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항암 분야에서도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와 펩타이드-약물 접합체(PDC) 형태로 확장되며 펩타이드가 항암제로의 가능성을 입증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물론 플루빅토와 같은 RLT의 경우 펩타이드보다 방사선 물질이 핵심적인 약물 작용을 보이지만, 펩타이드 물질도 일부 사용돼 항암제에서 펩타이드 물질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펩타이드 리간드를 활용한 항체-펩타이드 하이브리드 치료제, 신규 약물전달체(DDS), 면역펩타이드 백신 등도 개발 중이다.

삼성의 플랫폼 전략이 향후 이런 다중 모달리티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에피스넥스랩의 펩타이드 플랫폼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GLP-1 유사체에 머무르지 않고, 암, 면역질환 등 고부가가치 질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유망 바이오 신 사업 분야를 다양하게 모색하던 중에 우선 선택과 집중을 할 분야로 펩타이드 기술 플랫폼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홍성원 부사장, 에피스넥스랩 초대 대표…플랫폼 기업 이끈다

에피스넥스랩의 홍성원 대표
에피스넥스랩의 홍성원 대표

에피스넥스랩의 초대 대표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1본부장 홍성원 부사장이 겸직한다.

홍 부사장은 서울대 약학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약학 박사 출신으로, 리제네론(Regeneron)과 LG화학을 거쳐 삼성에 합류한 글로벌 R&D 전문가다.

리제네론 시절에는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제품명 리브타요)와 LAG-3 항체 피안리맙(fianlimab) 등 면역항암제 전임상 연구의 주요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글로벌 임상개발 체계와 면역항암 플랫폼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보스턴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ell & Gene Therapy) 등 차세대 치료제 플랫폼 연구를 총괄했다. 미국 현지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부 바이오텍과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와의 연결 고리를 강화했다.

이 같은 이력은 삼성의 이번 플랫폼 전략과 맞닿아 있다. 홍성원 부사장은 "에피스넥스랩은 지주회사 산하의 안정적 사업 구조 속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한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삼성의 바이오 로드맵

에피스넥스랩의 설립은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이 'CDMO-시밀러' 중심에서 '신약플랫폼' 중심으로 확장되는 첫 전환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위탁생산(CDMO) 경쟁력을 통해 인프라 기반을 다졌다면, 에피스넥스랩은 기술기반 성장의 축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와 에피스넥스랩(플랫폼 중심)을 두 축으로 두고 있다. 전자는 개발·상업화 역량, 후자는 신기술·초기파이프라인 발굴 역량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R&D 리스크 분산형' 구조를 구축했다.

삼성은 이번 플랫폼 전략을 통해 단일 후보물질의 성공 여부에 의존하지 않고, 공통 모달리티를 활용해 다수의 신약 후보를 빠르게 도출·사업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제공: 삼성에피스홀딩스)
(자료제공: 삼성에피스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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